전후 잿더미가 된 우리나라가 온국민의 노력으로 세계 10대 수출대국으로 부상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저개발국의 원조, 세계 최고의 전자통신기술 등 우리가 이룩한 거대한 성과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자부심을 가지기에 손색이 없다.
이러한 경제기적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붐세대는 은퇴연령이 다가와 준비되지 않는 퇴직과 노후생활을 맞이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해 정년연장이 법제화되면서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고 조기에 은퇴해야 하는 우려를 어느 정도 덜게 됐다. 문제는 정년연장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이 상당해 새로운 임금체계를 노사가 합의로 도입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년연장법에서 노사 양측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정년연장에 대해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같은 형태로 임금을 낮추려는 입장을 가지는 데 반해 노동조합은 60세가 보장됐으니 임금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서로 대립하는 형국이다. 정년연장의 입법 취지가 고령화 사회에 기업에 급격한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의 은퇴를 늦춰 고용과 생활안정에 기여하려는 것임을 볼 때 노사 간의 상호이익이 잘 조화를 이루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오랜 근무를 통해 전문성과 생산성이 높아 자신의 보수에 걸맞은 일을 한다면 정년이 연장된다 해도 기업에 하등의 부담이 될 이유가 없지만 연공서열형 임금구조에서 고연봉 근로자의 유지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연장기간 동안의 임금체계는 최근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듯이 꼭 임금피크제일 필요가 없다. 기업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임금체계면 될 것이다. 정확한 직무를 수행하는 직무급 임금체계나 프로젝트베이스 연봉계약 등 기업사정에 맞는 적절한 형태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면 된다. 1994년에 60세 정년을 의무화한 일본도 직무급 확대, 직무직위배치의 탄력적 운영으로 성공한 바 있다.
정년연장이 가져오는 약간의 우려사항은 정년이 연장되는 인력 수만큼 기업이 신규인력을 충원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50대 은퇴자들이 발생하면 그 수만큼 또는 더 많이 신입사원들을 충원했지만 은퇴자들이 발생하지 않고 지연이 된다면 신입사원을 충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신입사원 충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정년이 연장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년연장 대상자들에게 시니어직군을 신설한다거나 주니어와 시니어가 상호 보완하는 직무를 개발한다거나 업무의 전문성을 전수하는 교육과 컨설팅 업무에 전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향후 선진국과 같이 65세가 정년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를 우리 모두가 준비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고령인구의 일자리 문제를 정부만 고민할 사안이 아니다. 근로자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가지 않으면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 무한경쟁시대에 고령근로자들이 자신이 받는 보수만큼의 생산성을 가질 수 있는 업무와 직제가 부여돼야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사정이야 어찌 되든 확보한 정년연장만 누린다는 생각이나 정년연장은 됐지만 인건비 부담만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자칫 기업경쟁력을 떨어트려 서로에게 손실을 입힐지도 모른다. 노사가 상생적 정년연장제도 정착을 위해 기업 내 '정년연장 노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