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감원 칼바람

실적 부진 탓 대규모 구조조정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된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다.

3ㆍ4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초라한 성적표을 내놓으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ㆍ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실적을 발표한 다우케미컬과 듀폰ㆍUTCㆍ징가 등이 인력감축 계획을 제시했다.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은 전세계 인력의 5%에 달하는 2,400명을 감축하는 한편 전세계 공장 20곳을 폐쇄해 연간 5억달러의 영업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본지출 및 투자를 줄여 5억달러를 추가로 감축한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이날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듀폰도 직원 1,500명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건설 및 재생에너지 부문의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듀폰의 3ㆍ4분기 주당순이익은 0.01달러로 전년동기(0.48달러)보다 무려 98%나 감소했다.

UTC는 감원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장비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올해 전체 비용감축 계획을 당초보다 20% 늘린 6억달러로 제시했다.

소셜미디어게임 업체 징가도 창사 이래 첫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징가는 정규직의 5%가량을 감원하는 한편 13가지 게임을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미국 보스턴 스튜디오의 문을 닫고 일본과 영국 스튜디오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반도체 기업 AMD도 지난주 전세계 인력 1만2,000명 중 15%를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커민스, 이베이 산하 페이펄, 아폴로그룹 등도 인원감축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기업들이 비용절감 방안 중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감원을 택하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S&P500기업들 중 지금까지 3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63%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앞서 어닝시즌에서 매출액 전망치에 미달한 기업들의 비중은 평균 38%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3ㆍ4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과 감원계획이 전세계 경제에 대한 새로운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리 애덤스 노스웨스턴뱅크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기업들이 순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감원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이미 군살을 뺀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감원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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