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허 애국주의 기승

자국산업 보호 명분 무차별적 인정 나서… 무역분쟁 격화 가능성
연 200만건 인정 의무화… 관련 소송 건수도 급증



무차별 공격… 무시무시한 괴물 키운 중국
중국 특허 애국주의 기승자국산업 보호 명분 무차별적 인정 나서… 무역분쟁 격화 가능성연 200만건 인정 의무화… 관련 소송 건수도 급증

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중국에서 특허애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거대 다국적기업의 공세에 맞선다는 명분 아래 자국기업의 특허를 무차별 인정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는 탓이다. 심지어 중국 기업이 다국적기업의 기술을 도용해도 미리 특허출원만 하면 이를 인정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국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는 수준에서 진행됐던 글로벌 무역분쟁이 특허를 무기로 더 격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15년까지 매년 200만건의 특허를 의무적으로 인정해준다는 내부규정을 정하고 기업들과 관계당국에 이를 독려해왔다. 표면적으로는 특허출원 장려로 산업구조를 2차 산업인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으로 이동시키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특허장벽을 쌓아 자국산업을 보호ㆍ육성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때문에 특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발명에 주어지는 권리인 실용신안의 경우 심사위원이 물건을 직접 보지도 않고 권리를 인정해준 경우도 있다.

이 덕분에 중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상표ㆍ디자인 등을 제외한 특허출원 건수는 52만6,412건을 기록, 사상처음으로 미국(50만4,089건)을 제치고 세계 1위 특허출원 국가로 올라섰다. 상표ㆍ디자인 등을 포함한 특허출원 건수는 290만건으로 미국(93만건)을 압도하고 있다.

WP는 중국의 특허출원 건수가 급증하면서 관련소송 건수도 지난 200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고 다국적기업에 대한 굵직굵직한 소송도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중소기업인 선전 프로뷰테크놀로지의 경우 애플의 아이패드가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어 지난달 애플로부터 약 672억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치약과 구두약 등을 생산하는 장수쉐바오도 애플의 컴퓨터 운영체제 이름 '스노레오퍼드'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상태고 앞서 정보기술(IT) 전문업체인 지젠네트워크도 애플의 음성명령 서비스 '시리'에 대해 특허권 침해 소송을 냈다.

문제는 애플의 사례처럼 중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이 판매금지나 생산중단 명령을 받을 경우 국가 간 특허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WP는 특히 다국적기업이 중국에서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중국의 특허애국주의가 생산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무역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도 보고서에서 상당수 국가들이 기존 제품을 조금만 바꿔도 일종의 특허라고 인정해주는 특허공격용으로 쓰이는 실용신안을 속속 법률로 인정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현재까지 각국이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국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는 관세애국주의 정책이 이제 특허애국주의로 비화하며 무역분쟁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 또 다른 창작을 장려하는 특허법이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지적재산권 변호사로 활동하는 마 이데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특허인지 아닌지는 법정이 아니라 제품출시 후 소비자가 판결할 사안"이라면서 "법정공방만 벌이는 현재의 추세를 보면 혁신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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