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한국이 장기적인 기후변화 목표치 결정과정에서 최대한 야심찬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해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에 대해 ”박 대통령께서 메르스 대응에 전념하기 위해 방미를 연기키로 한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와 관련된 박 대통령의 판단과 리더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에 편리한, 가능한 빠른 시기에 방미가 추진될 수 있도록 한국측과 필요한 협의를 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해 뒀다“면서 ”한국이 도전을 조속히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화통화는 한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메르스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정부로서는 다소 껄끄러운 기후변화 어젠다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당부해 향후 우리 정부의 입장이 주목된다. 우리 정부가 하루전날인 11일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9년 국제사회에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치에 미달하는 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오바마 대통령이 ‘최대한 야심찬 목표를 제시해달라’고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금년 말 파리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의 성공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우리가 처한 여건 하에서 최적의 국별 기여 공약(INDC) 제출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며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은 아직도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높아 감축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지만 의욕적인 목표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원전 2기 건설과 저탄소 에너지원 확대, 스마트 그리드, 친환경 에너지 타운, 제로 에너지 빌딩 등을 통해 온실가스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현실론’을 설명했지만 미국·유럽연합(EU) 등 온실가스 감축에 주도적인 선진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향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안보와 함께 기후변화 및 온실감스 감축 방안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