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시 가격제한폭 상승 우려목소리 고조/억지 통제에 잠재적 수요초과상태 지속/현상황 지속땐 회복비용 엄청… 개선시급그동안 정부의 가격억제정책으로 불안한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환율이 17일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는 폭등세를 나타내면서 서울 외환시장이 당국의 인위적 개입 때문에 시장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은 11월 중순 이후 외관상 원·달러환율이 9백80원대에서 움직이며 안정세를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부통제로 가격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에서 외환에 대한 수요초과상태가 지속돼 환율폭등 압력이 항상 잠재돼 있었다.
그동안 서울외환시장에서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사정이 악화되자 달러화를 사자는 세력만 있고 팔자는 세력이 사라져 한국은행에서 그날그날 공급하는 외화로 막아 왔으며 환율도 한은이 정하는 수준에서 경직적으로 결정돼 왔다.
또 당국이 환투기억제를 이유로 주요 시중은행에 대해 외환포지션을 항상 균형으로 유지토록 함으로써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들은 과거와 같이 시장가격 형성을 위한 주문을 거의 내지 못해 사실상 시장거래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당장 17일 외환시장에서는 당일 기준환율의 2.25%까지만 상승하도록 묶여 있는 하루 상승제한폭으로 인해 외환시장의 가격산정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날 환율급등에도 불구하고 18일 고시되는 기준환율은 9백90원에 머물렀다. 전장 내내 9백85원선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던 환율이 후장들어 갑자기 1천8원까지 뛰어 오른 후 곧바로 거래가 중지됨에 따라 18일 기준환율은 전일보다 불과 3원50전 오르는데 그쳤다. 현재 기준환율은 전일 외환시장의 거래량과 거래환율을 곱한 가중평균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17일 전장에 달러당 9백85원대에서 많은 거래가 이뤄졌고 하오 2시부터 1천8원으로 급등한 이후에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18일 기준환율은 전일 거래가 많이 이뤄졌던 전장 환율의 비중이 많은 상태에서 결정되는 상황이다.
이로써 18일 환율은 상한가를 치더라도 1천12원선 이내로 묶여 전일 최고치인 1천8원에 비해 최대한 4원 정도밖에 오를 수 없는 실정이다. 기준환율인 9백90원의 2.25%인 22원27전이 당일 상한제한폭으로 산정돼 그이상 더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18일 외환시장에서도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는한 개장하자마자 상승제한폭까지 순식간에 오른 후 더이상 거래가 이뤄질 수 없는 시장마비현상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환시장관계자들은 『당일 환율제한폭에 묶여 시장의 환율상승압력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상승압력이 아무리 거세도 결국 하루 추가상승여력은 4원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는 것보다 외환시장이 가격기능을 상실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시장기능을 회복하는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해 실수증빙을 요구하고 개인에 대해서는 5일이내에 사용하는 경우로 외환수요를 억제하면서 환율을 9백80원대로 유지하는 동안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는 외국투자가들에게 환리스크를 줄이는 기회만 제공했다는 지적도 적지않은 실정이다.<이종석·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