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500억원을 순투자금으로 책정한 가운데 대체투자에 6,000억원, 주식에 2,000억원을 배분할 계획입니다."
이인화(사진) 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은 12일 서울 용산 본회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올해는 미국 재정절벽 합의 등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추세인 데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식 투자 규모를 늘려 글로벌 대형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한편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가능한 국내외 핵심권역 오피스ㆍ호텔ㆍ인프라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공제회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회원으로 하는 상호부조단체로 회원은 23만7,000여명이며 지난해 말 기준 5조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올해 말에는 자산 규모가 15% 성장한 6조3,000억원에 이르고 오는 2015년에는 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자금 운용 수익률은 약 6.6%로 추정된다. 특히 지수가 급락한 시점을 틈타 주가연계증권(ELS) 비중을 대폭 늘린 전략이 주효했다. 덕분에 지난해 말부터 연 10% 이상의 수익률로 ELS의 조기ㆍ만기 상환이 잇따르고 있다. 이 이사장은 "ELS는 자산 규모 5조원 안팎의 중형급 연기금이 투자하기에 매우 적당한 상품"이라며 "코스피지수가 1,900선 초중반 이하로 떨어지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다시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공제회는 다른 기관들에 비해 포트폴리오 내 자산이 다양하다. 상당수 연기금들이 국고채 투자 비중이 높은 데 반해 행정공제회의 국고채 투자 비율은 1.8% 수준에 그친다. 대신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을 선호해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규모를 1조5,000억원까지 늘리는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행정공제회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높은 수준의 조달 금리 때문. 이 이사장은 "행정공제회는 회원들에게 복리 5.3%의 퇴직급여율을 제공하는데 안전성만 따져서는 역마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국내 대체투자는 물론 해외의 중위험ㆍ중수익 상품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행정공제회가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예금상품인 '한아름 목돈 예탁'의 경우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4%대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어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회비 수지와 예탁금 증액 규모가 5,500억원에 달했다. 매년 늘어나는 자산 규모로 인해 행정공제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08년 12월 태양전지 제조업체 설비 투자에 100억원을 투자했다가 태양광 산업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11월 다시 보고펀드를 통해 미국의 셰일가스 유전ㆍ가스전 운영사인 애너다코에 300억원을 투자한 것. 이 이사장은 "내부수익률(IRR) 13.2%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고 투자금 보호장치 등을 통해 투자 안정성도 높였다"며 "에너지 사업은 주식ㆍ채권 등과 상관관계가 낮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기대되는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해외 재간접 헤지펀드에 약 1,000억원의 자금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리먼 사태 직전 헤지펀드에 투자했지만 투명성이 낮고 유동성이 떨어져 투자를 중단했다"며 "하지만 투자 자산 다변화와 절대수익 창출을 위해 헤지펀드 투자를 재개하기로 하고 도입 초기 단계인 한국형 헤지펀드보다는 해외 재간접 헤지펀드에 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정공제회는 지난해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연기금으로는 두 번째로 영국 런던의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투자성과는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이사장은 "1년여간 검토 끝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런던의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을 매입했고 현재 6%대 초반의 배당 수익을 내고 있다"며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100% 장기 임차하고 있어 현금 흐름이 양호한 데다 매각을 통한 자본 이득까지 감안하면 연 9%대의 수익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우량 물건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국내 부동산ㆍ인프라 물건은 최근 저금리 지속으로 중위험ㆍ중수익 투자처를 찾는 연기금들 사이에서 투자 경쟁이 치열해 우량 물건을 선점하기 어렵다"며 "안정적인 선진국 시장과 더불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투자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골칫거리였던 판교알파돔시티는 올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행정공제회는 알파돔시티 사업에서 2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며 민간 최대 출자사로 참여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주거시설 분양을 위해 승인 허가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고 이달 중 아파트 분양을 하면 대금이 들어오면서 안정화될 것"이라며 "투자 결실을 보는 시기는 3~4년 후가 되겠지만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그간 노력해온 만큼 손실을 만회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공제회가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투자회사(PEF)인 마르스펀드를 통해 투자한 골프장 레이크사이드에 대해서는 조만간 매각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마르스펀드에 약 627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 9월부터 매각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불발됐다"며 "조만간 매각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