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중국 농민 대규모 시위에 희토류 가격 반등

불법 광산 폐쇄 등 단속 강화
수요 약해 단기 상승 그칠 듯

중국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추락세를 보이던 국제 희토류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달 2일 중국 남서부 광시 좡족 자치구의 가오톈촌에서는 농민 1,000여 명이 인근의 불법 희토류 광산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고 관할 지방정부 청사의 창문까지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뇌물을 받은 지방 관리들이 불법 광산 개발에 눈을 감아주는 바람에 질산암모늄 등 독성 화학물질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국은 최루탄 등으로 시위를 진압하면서도 불법 희토류 광산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약속했다. 이후 실제 장시성 순우시에서만 3곳의 불법 희토류 광산을 폐쇄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장시성은 전 세계에 희토류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단지로 꼽힌다.

이 같은 소식에 2001년 7월 고점 대비 40%나 급락한 17개 희토류 평균 가격도 최근 10%나 반등했다. 중국 당국이 불법 수출을 단속하는 등 국제 희토류 가격 안정에 나선 것도 가격 상승에 한 몫 했다. 중국 금속 전문 웹사이트인 가오 유신 애널리스트는 "대형 희토류 기업의 가동률이 70%에 80%로, 소형 기업은 40%에서 50%로 각각 올라갔다"며 "국제 희토류 수요가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토류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더 많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아직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데다 조만간 호주ㆍ러시아 등이 속속 생산에 가세하면서 중국의 가격 결정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러시아 최대 광물 생산업체인 ICT 그룹은 10억 달러 규모의 희토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호주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인 라이너스도 말레이시아에 희토류 공장을 건설 중이다.

금속 거래정보 전문업체인 SMM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약한 수요 탓에 희토류 광산 가동률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며 "대다수 투자가들은 최근 가격 상승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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