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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 증가 보다는 생산성·투자가 주요한 성장 동력
한국 20년전 일본 따라가지만 다른 경로로 성장 가능
소비재·서비스 중심으로 수출 패러다임 전환 바람직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국은 중국 등 해외수요가 성장동력이 돼 20년 전 일본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무는 "노동력 증가보다는 생산성·투자가 성장에 주요한 동력"이라며 "해외수요를 목표로 두고 중후 장대 산업 중심의 수출 패러다임을 소비재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무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15'에서 '인구구조와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산층을 논의할 때 가장 큰 관심사는 인구구조라고 지목하고 "중산층 문제를 구조적인 큰 그림으로 접근해보자"며 강연을 시작했다. 권 전무는 "지금까지 인구와 성장문제는 미국·중국·유럽 같은 대규모 폐쇄경제를 상정했지만 우리나라·대만·싱가포르 등 소규모 개방경제는 조정을 해서 봐야 한다"며 "또 고령화 때문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경제 성장이 안 된다는 전통적 시각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전무는 인구구조가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상당히 편차가 있다는 분석내용을 소개했다. 권 전무는 "고령화로 설명이 안 되는 경제 성장이 많고 모든 나라의 성장이 인구변수로 좌우되지는 않는다"며 "특히 아시아 개도국의 경우 노동력 증가보다는 생산성 증가, 투자가 성장의 주요한 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도 비교했다. 권 전무는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65세 인구 비율이 11%에 이르면서 일본의 1980년대와 같아졌고, 2030년이면 지금의 일본이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구구조는 비슷하지만 3가지 이유에서 한국은 일본과 다른 길을 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차이는 중국이다. 그는 "한국은 수요창출의 문제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하는 중국 등 해외동력이 옆에 있는데 일본은 25년 전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풍부한 인적자본과 제조업 기반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지출은 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2위를 차지할 만큼 높은 편이다. GDP 대비 제조업 부가가치는 OECD국가 1위다.
노동인구 참가율도 상승할 여지가 많다. 권 전무는 "우리나라 여성의 참가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일본 정도까지만 높여도 10%포인트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일할 사람이 성장이 안 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무역의 증가속도가 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는 타격을 입고 있다. 권 전무는 "세계무역 부진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이라며 "국제수요가 줄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저하됐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 중심의 패러다임을 해외 수요를 목표로 서비스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기업들이 순발력 있게 움직이고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