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산책] 막걸리 열풍 되살리려면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부모와 친지를 찾아 이동하고 평소 만나지 못했던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보는 날이다.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우리 조상들은 해마다 명절날 집집마다 가양주(家釀酒)를 빚어 귀한 손님들에게 내놓곤 했다. 조상들이 빚었던 가양주는 마시고 취하는 것이 아닌 건강과 화합이 목적이다. 때문에 도수가 높지 않고 남녀 모두가 마실 수 있는 막걸리가 단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가양주를 빚는 집이 거의 없다. 번거롭기도 하고 가양주 빚는 법도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그 자리를 희석식 소주와 맥주가 차지하고 있다. 한때는 막걸리 열풍이 불어 우리 술이 제자리를 찾나 싶더니 2011년부터는 다시 막걸리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와인과 사케의 수입량은 갈수록 증가해 와인의 지난해 수입 규모는 2010년 대비 30%가 증가한 1,640억원에 이르고 사케는 20%가 늘어 189억원에 이른다. 소주와 맥주에 이어 와인과 사케도 우리 전통주 자리를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사케 등에 밀려 명절에도 수요 없어

막걸리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에 손색이 없는 술이다. 풍부한 영양소, 다양한 알코올 도수 그리고 감칠맛과 그윽한 향까지 남녀노소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다만 단절된 술 역사와 부족한 정부지원으로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 우리나라 술 제조기술은 중국이나 일본에 전수해줄 만큼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주세법이 만들어지면서 제조기술이 획일화되고 전국의 많은 양조장들이 사라져버렸다. 이후 우리 술은 신규면허가 가능하게 된 1998년까지 90년이 넘게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유럽의 과학화된 발효기술을 받아들여 사케를 발전시켰고 유럽의 맥주와 포도주는 서로 기술교류를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어찌 보면 90년 동안 손발이 묶여 있던 막걸리가 지금 이 정도의 입지를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인 것이다. 이처럼 뒤늦게 출발한 우리 술이 세계의 명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우선 시급한 것이 막걸리 제조의 과학화다. 우리 술은 전통방식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곡류 발효방식과 저장방식을 개발하고 과학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일은 개인이나 영세 양조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적극 나서 막걸리 제조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신기술을 보급해야 한다.

맛 살리는 살균주 등 기술개발 지원 절실

홍보를 통한 소비자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막걸리는 머리를 아프게 한다거나 막걸리는 살균주가 아닌 생주여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막걸리도 술인지라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겠지만 좋은 원료로 잘 빚은 막걸리는 다른 술보다 오히려 머리가 덜 아프다. 또한 저온살균기술이 발달된 요즘 굳이 유통기간이 짧은 생주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소양조장의 통합과 활성화이다. 현재 막걸리 양조장은 전국에 85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막걸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업성과 다양성을 기준으로 중소양조장을 통합하고 육성해야 한다. 사업성이 우수한 소규모 양조장은 통합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독창성이 높은 소규모 양조장은 규제완화와 지원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술 막걸리에 우리 양조기술자의 탁월한 손재주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담긴다면 머지않아 세계의 명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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