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지금 재경원서 신탁통치중’

◎감독원장 등 ‘MOF 마피아’ 154명/획일규제­인사개입­관치금융에/자율경영 발 못붙이고 눈치보기오래된 역사와 경험, 상대적으로 뛰어난 인적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의 수준은 실물경제에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관계자들은 관치금융과 획일적 규제, 인사 개입 등이 은행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당국의 간섭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그 첫번째가 인사개입. 올해초 기준으로 재경원 출신 일명 MOF 마피아는 은행권에만 1백54명이 포진하고 있다. 증권 보험 종금상호신용금고 신용카드 리스 평가 기술금융을 망라할 경우 그 수는 3백명이 넘는다. 은행­증권­보험 등 3대 금융관련 감독원장이 모두 재경원 출신이다. 재경원 출신들이 금융계를 신탁통치중이라는 비아양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은행의 임원 수는 행정지도 형식으로 묶여 왔다. 임원선임에서도 금융논리보다는 정치논리가 앞섰던게 사실이다. 책임경영체제가 정착·발전될 토양을 마련치 못해온 것이다. 문민정부들어 16명의 은행장이 중도퇴임한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의 퇴임사유가 불분명했다는 점은 정치권에 의한 구태의연한 인사관행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외부 압력에 의해 은행체질이 약회될대로 약회된 가운데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사정분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은행은 일차 타깃으로 선정되고 은행장 구속으로 이어질 때마다 금융권의 해외자금조달금리가 상승하는등 일대 홍역을 치루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은행은 경제를 키우기 위한 그림자 산업이라는 인식도 은행의 발전을 가로막은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도 강조했지만 정작 위기가 닥칠 때마다 금융산업의 탓으로 돌리거나 일방적 피해를 강요해왔다. 경쟁력 10%높이기의 일환으로 은행 여신금리를 인위적으로 인하한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이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을 과도한 금융비용 탓으로 돌리며 은행의 금리인하를 강요했지만 최근 금융연구원의 연구 결과 국내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2.77%로 미국은행들의 4.57%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높은 금융중개비용으로 인해 선진국들보다 차입자들에게 고금리를 부담시키고 있다는 시중의 통념은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없는데도 고금리구조의 책임을 은행에 전가하는 것은 금융산업이 독립된 산업으로서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밖에 은행의 주인의식 부족과 개별은행의 특성을 도외시한 당국의 천편일률적인 선단행정식 규제가 은행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변혁의 시대”… 은행원들 「훈요십조」 1.경제논리 충실 2.평생직장 포기 3.고객위주 혁신 4.의사결정 신속 5.자율경영 원칙 6.자산운용 다양 7.노사화합 조성 8.능력주의 인사 9.외형경쟁 지양 10.전문인력 양성 변화의 시대는 은행과 은행원에게 의식구조와 행동 양식의 탈바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관계자들은 자체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다음의 10가지를 꼽았다. ▲철저한 경제논리에 입각하자=경영 환경 변화는 은행이 기업으로 존립하기 위해 손익위주의 경영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은행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변해야 은행도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은행은 더 이상 평생직장이 아니다=은행원들에게는 평생직장의 신화가 있어왔다. 그러나 환경변화는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어도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으로서의 은행에 대한 관념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 ▲은행원 의식과 관행의 고객위주 혁신=고객의 기대수준과 국제수준에 맞게 직원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고객의 수요를 앞서 가는 서비스를 창출해내야 한다. 은행내부의 프로세스를 고객 이주로 완전히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전근대적 의사결정구조의 개선=의사결정권이 상급자에게 지나치게 집중돼 의사결정 지연과 비리 개입 소지가 발생한다. 정부의 은행법 개정 목적중의 하나가 은행장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의 분산에 있듯이 은행 업무 전반에 걸쳐 권한의 하부이양과 결제 단계 축소, 의사결정 투명화 등이 요구된다. ▲자율경영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자율화는 은행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확보될 수 없다. 자율경영 원칙이 정부 정책으로 뿌리깊게 남아 있어야 한다. ▲자산운용 수단의 다양화=기업 대출, 개인 대출, 유가증권 투자 뿐 아니라 다양한 자산운용 대상과 상품을 연구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선진금융기법의 도입도 필연적이다. ▲노사화합 분위기 조성=은행의 생존 자체가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노사는 더 이상 대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경영진은 제반 경영정책을 공개하여 창발적인 의견과 실천을 유도하고 노조는 참여속에 경영성과를 공유, 서로가 서로에게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한다. ▲능력주의 인사제도 도입=아직도 능력보다는 학연과 지연 위주의 인사가 은행인사를 좌우하고 있다. 인사제도를 능력위주로 과감히 개선, 각종 인맥과 압력에 의한 정실인사가 사라져야 한다. ▲외형외주의 경쟁풍토 개선=단기업적주의와 외형위주로 업무가 추진되고 부지점장의 평가도 외형 실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익위주의 은행경영과 평가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수익위주의 영업을 위해서는 외부 청탁이나 압력에 의한 대출이 배격되고 언론의 실적 위주 보도자세도 지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합리적인 인력수급에 의한 인재 육성=대부분의 은행이 근시안적인 인력수급 구조의 폐해를 보고 있다. 인사적체와 늦은 승진으로 야기된 사기 저하는 은행권의 공통 고민사항이다. 은행원 수가 너무 많다는 인식아래 은행들이 인원감축에 나서고 있는 한편으로 전산전문가, 국제금융 인력 등 정작 필요한 인력을 거의 없는 형편이다.<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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