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감 놔라...

鄭泰成(언론인)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공산당이 지배하던 옛 소련군의 지휘권은 지휘관과 정치위원이 공동으로 행사하도록 되어있었다. 군 상층부만 그렇게 조직된 것이 아니라 일선의 작전부대에서 까지도 지휘관과 정치위원이 공동으로 지휘권은 행사하도록 되어있었다. 정치위원의 동의 없이는 지휘관이 명령을 내릴 수 없도록 장치했었다. 공산당은 국가기관인 군까지도 믿지 않았던 것이다. 공산당을 대리하는 정치위원이 지휘관을 감시했던 것이다. 요즘 은행 이사회가 힘을 쓴단다. 대신 은행장의 끗발은 땅에 떨어지고 있단다. 모두들 잘하는 짓이라고 말한다. 이사회의 동의 없이는 은행장은 아무 일도 할수 없단다. 과거 은행장이 알아서 일하도록 내버려 두었더니 오늘날 은행을 부실채권의 늪에 빠뜨리고 말지 않았는가, 그러니 은행장의 전횡을 더 이상 방치할수는 없으며 이사회가 나서서 은행장을 감시하고 간섭·견제해야겠다는 것이다. 감시 견제보다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결정권을 은행장과 이사회가 공유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옛 소련 군대처럼 말이다. 그런데 중지를 모으고 여러 사람의 훈수를 듣자는데엔 한가지 중요한 전제가 먼저 검증되어야 한다. 중지를 모아주는 사람 혹은 훈수하는 사람의 식견이 그런 말을 들어야하는 사람보다 탁월해야한다는 점이 바로 검증되어야할 전제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은행 일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의 식견이 은행장보다 탁월하다면 그들의 감시 견제 공동결정은 매우 유용한 것이 될것이다. 그러나 혹시 은행장과 이사회의 식견이 비슷하다면 옥상 옥이 될뿐 아니라 의견이 갈라져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게 될수도 있다. 또 혹시 이사회의 식견이 은행장에 미치지 못한다면 공동결정은 최악의 것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이사회 멤버가 은행장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라면 그중의 한사람을 뽑아 은행장 시킬 일이지 왜 그만 못한 사람에게 은행장 시키면서 고생하는가. 결국 은행장과 이사회의 할 일은 따로 있다는 말이 된다. 은행장에게는 책임과 권한을 함께 주라. 이사회는 은행장을 감시하고 뜻에 맞지않으면 갈아치워라. 공연히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의 책임소재를 흐리게 하는 것이며 과거의 잘못 즉 은행장이 전횡한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의 결정은 딴곳에서 이루어졌다는 잘못을 반복하는 일이 되기쉽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