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새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은행이 파산할 경우 고액예금자들도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올리 렌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이 밝혔다.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이 합의된 직후 EU에서 나왔던 발언들과 같은 맥락으로 투자자 및 고액예금자들에게 손실을 부담시키는 쪽으로 향후 구제금융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렌 집행위원은 6일(현지시간) 핀란드 국영 YLE TV에 출연해 "키프로스는 특별한 사례"라면서도 "앞으로 은행이 파산할 경우 투자자 및 예금자에게도 책임이 부과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10만유로 이하 예금은 언제나 안전하다"며 10만유로를 '신성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EU 집행위원회가 은행 안전장치와 은행 투자자의 면책범위 등을 규정한 '은행 안전기준'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유럽 싱크탱크인 '오픈유럽' 책임자 매트 퍼슨은 "렌 집행위원은 은행이 파산했을 때 첫번째로 투자자, 두번째로 고액예금자들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EU의 기존 제안을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다만 키프로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렌 집행위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침체에 빠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를 북돋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남유럽 기업들의 금융비용이 높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주 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금리인하 및 국채매입 등 추가 경기부양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