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의 궁합은 정해진 것인가, 살아가면서 서로 맞추는 것인가.표삼수 현대정보기술 부사장의 대답은 후자다. 그는 정성과 노력으로 쌓은 신뢰를 중시한다. 신뢰가 궁합의 밑천이기 때문이다.
궁합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중요한 요소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특히 정보기술 아웃소싱(OUTSOURCING) 사업에서는 궁합이 절대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상대편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아웃소싱 성패의 관건이고, 그게 곧 궁합이라는 생각에서다.
表부사장은 좋은 궁합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한 우물을 파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외도야 말로 신뢰를 허무는 지름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表부사장이 지난해말 대표이사를 맡은 뒤 서둘러 인터넷 사업 「신비로」 등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정보기술이 궁합을 맞춰야 할 고객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기업이나 기관이다. 이들을 상대로 질좋은 정보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이 회사의 핵심 업무다. 따라서 그의 생각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인터넷 사업은 일종의 외도인 셈이다.
그는 또 좋은 궁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긴 안목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눈앞의 이익에 쫓겨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면 궁합을 망치기 십상이다.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덤핑이 좋은 예다. 『가격을 후려치면 사업을 따기는 쉽다. 그러나 후유증이 금방 드러난다. 부실 공사가 불을 보듯 뻔하다. 다른 사업을 펼치는 데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정도를 지켜야 한다.』
사실 현대정보기술은 그동안 덤핑과 무관하지 않았다. 한때는 업계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表부사장의 말은 「무덤핑 선언」과도 같다.
表부사장에겐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도 좋은 궁합을 만들기 위해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정보기술 업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기술이다. 정보기술업체가 선진 기술을 다지는 것은 부부가 끊임없이 부부의 도를 지키는 것과 같다. 이는 단기간에 되는 일은 아니고 평생에 걸쳐 할 일이다.』
현대그룹의 특성은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점에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문에 현대는 섬세하고 세련된 멋과 기술이 강조되는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인 게 사실이다. 表부사장의 「궁합론」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삼성 출신인 그는 전통적인 현대그룹 문화에 「변화의 불씨」이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