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재단 '추 파운데이션'서 첫 장학생 3~4명 뽑을 계획
계약 소식듣고 아내와 눈물… 13년간 일들이 머리에 스쳐
환경 바뀌어 지식 쌓으며 야구해야… 40세까지 선수로 뛰는 것이 소원
"받은 만큼 주는 게 야구를 즐기는 것이란 깨달음, 이제 실천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1억달러 메이저리거'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가 13개월 만에 귀국했다. 13개월 전 '꽤 괜찮은 외야수'였던 추신수는 7년 1억3,000만달러(약 1,372억원)의 기록적인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 도장을 찍고 한국을 찾았다.
30일 오전 귀국한 추신수는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신수는 이 자리에서 "계약 소식을 듣는 순간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지난 13년간의 일들이 마치 5분의 시간처럼 머리를 스쳤다. 그동안의 일을 얘기하며 아내와 눈물을 흘렸다"고 돌아봤다.
13년 전 유망주에서 이제는 메이저리그의 '거물'로 자리매김한 추신수는 이어 "이제는 주위를 돌아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까지 몸담았던 신시내티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시즌 중에 한 번은 감독님 방을 찾아가서 '야구를 즐긴다는 게 도대체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감독님의 대답에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베이커 감독의 대답은 "우리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고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수십만 명 중의 한 명인 셈이다. 뭘 더 원하겠는가. 받은 만큼 주는 게 야구를 즐기는 것"이었다.
추신수는 "그동안 생각을 갖고만 있었는데 감독님의 말을 듣고 실천에 옮길 때가 왔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 번에 끝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주변을 도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추 파운데이션'이라는 자선재단을 만든 추신수는 이번 귀국 기간 자선재단의 첫 수혜 대상자 3~4명을 뽑을 계획이다. 추신수는 그동안 홈런과 도루를 기록할 때마다 1개당 1,000달러씩을 적립해왔다.
추신수는 자신을 멘토로 여기는 어린이들에게도 한마디 전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매 순간을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생활했다"며 치열한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어릴 땐 오로지 야구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지만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공부도 하고 책도 많이 읽어 다른 분야의 지식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8~40세까지 다치지 않고 야구를 하는 게 소원"이라는 추신수는 31일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 하루를 보낸 뒤 1월1~2일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특히 새해 첫날엔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인 혜민스님과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불교 신자로 알려진 추신수는 미국에서 전화 통화로만 얘기를 나눠온 혜민스님을 직접 만나 가르침을 받은 뒤 1월12일 미국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