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기자의 밀리터리 레터] 북한 추정 무인기 "냄새가 솔솔 납니다"

국방부 대변인의 3일 정례브리핑에서 질의응답은 매우 격앙된 분위기로 출발했습니다. 처음 질문한 기자의 말이 이랬습니다. “기자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냄새가 술술 납니다…(중략)…왜 특정매체에만 사진과 영상이 가는 것입니까?”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정부 어느 부처의 브리핑이든 가끔 고성이 오가기도 하지만 초장부터 이런 정도의 질문이 나온다는 것은 드문 일이죠.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조간신문이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을 1면 머리에 큼지막하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기자들은 속칭 ‘물 먹은 셈’입니다.

특종의 반대인 낙종을 죽도록 싫어하는 게 기자들의 속성인데요. 그렇다고 ‘냄새가 술술 난다’며 질문을 시작했던 기자가 단순히 낙종을 분풀이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사유가 있다고 여깁니다. 자칫 북한에 이로울 수 있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지금껏 무인기에 대해 제대로 밝힌 게 거의 없습니다. 언론 보도가 나오면 그저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파주 추락 무인기가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는 요구는 완강하게 물리쳐 왔습니다. 만약 공개한다면 애초에 그 사진을 원했던 측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죠. 맞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추정대로 무인기를 보낸 곳이 북한이라고 가정할 때 언론에 사진이 공개되면 북측은 비행경로와 사진 촬영 성공 여부 등 자신들이 목표했던 바가 성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무인기가 자력이나 고정간첩에 의해 회수되는 상황과 똑같은 효과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자칫 북한이 무인기의 성능 개량에 사진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고 보면 ‘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국방부의 논리는 타당합니다. 연평도 피폭 사건 때도 북한은 우리 신문과 방송을 보고 작전성과를 평가했다고 합니다. 무언가를 개선했겠죠. 기자들이 사진 공개를 더이상 요구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3일 아침 모 조간신문에 문제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국방부와 기자들간의 묵언의 약속 내지는 양해를 깨는 사건이 발생한 거죠. 결국 국방부는 관련 사진을 몇 장 더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193장의 사진 중에서 북한에 도움이 안되는 사진을 골랐겠지만 아예 공개되지 않는 것 보다는 못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정보가 새어나간 경로와 결정 구조에 있습니다. 사진을 본 국민들은 서울 주요 부분이 뚜렷하게 나온 ‘북한 무인기가 찍은 사진’에 전율했겠죠. 그걸 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누가 왜 현실적으로 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는 그 정도의 고급정보를 특정매체에 흘렸는지 규명이 필요합니다. 국방부든 그 윗선이든 소수의 판단이 사태의 흐름을 잘못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취재가 과열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국익을 위해) 자제해 달라’는 국방부 대변인의 간청도 통하기 어렵게 생겼습니다. 예정에 없었으나 공개된 몇 장의 사진이 그 반증입니다.

정말로 우려되는 대목은 이번 사건의 처리에서 천안함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누군가의 계산과 입맛에 맞는 정보가 국익 여부와 관계없이 새어나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쉬쉬하는 체질보다 더 나쁜 것은 독점된 정보를 가지고 의도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입니다. 의혹은 불신을 낳고 국론 분열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정부의 보도자료는 정확하거나 과정이 투명해야 합니다. 국익과 신문보도의 함수관계를 말해주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1961년 쿠바 피그스만 침공에 실패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쿠바 난민들을 훈련시켜 카스트로 정권 전복을 꾀하고 있다는 보도가 찔끔찔끔 났었는데요. 케네디는 아예 언론이 제대로 다 보도했으면 작전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분적 통제를 후회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 상황과 흡사해 보입니다. 기자를 떠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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