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 가을 향기] 원두·로스팅 기법 차별화… 색다른 맛으로 승부한다

커피 브랜드가 다양해지면서 각 브랜드마다 커피 원두, 로스팅 기법 등을 통해 차별화된 맛과 향을 내세우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파스쿠찌 매장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원두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SPC그룹

●카페베네
브라질 현지 농장과 직접 계약 생산
선로스팅 후블렌딩 고유 풍미 살려

●엔제리너스커피
코스타리카산 최상급 원두 들여와
균일하게 로스팅 풍부한 맛 그대로

●던킨도너츠
커피감정사 '큐그레이더' 센터 상주
볶은 원두 보름 정도 숙성시켜 사용

●파스쿠찌
중간 정도 불세기로 15~18분 로스팅
생두 안타 쓴 맛 적고 다양한 향미 내


공식 문헌상 기록으로는 고종이 1896년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마셔보고 맛을 들였다는 커피. 도입 초기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 '양탕(洋湯)국'으로 불렸듯이 커피는 한국 사회에서 언제나 서구 문물의 대표 명사였다. 지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방, 인스턴트 커피, 자판기, 커피믹스 등을 거쳐 미국 스타벅스의 상륙, 토종 커피전문점의 약진, 유럽산 에스프레소 기계의 유행에 이르기까지, 이제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식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커피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남과 다른 커피 맛을 즐기려는 마니아층도 넓어졌다. 따라서 각 커피 브랜드들은 원두와 로스팅 기법의 차별화를 통해 색다른 맛으로 승부하고 있다. 어떤 브랜드의 커피는 싱겁고 어떤 브랜드는 쓰거나 고소한 것은 각 지역 원두의 특징과 숙성 기간, 많이 볶느냐 적게 볶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카페베네는 2000년대 초반까지 외국계 브랜드의 강한 커피 맛에 길들여져 있던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디엄 로스팅 커피의 부드럽고 깊은 풍미를 전한 대표적인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로 우뚝 섰다. 최근에는 창립 5주년을 맞아 미디엄 로스팅 블렌딩을 업그레이드했다.

카페베네는 브라질 내 단일 커피농장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파네마'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를 사용한다. 국내 커피전문점이 현지 농장과 직접 계약을 통해 원두를 생산하는 곳은 카페베네가 유일하다.

이 회사는 2010년 자체 로스팅 공장도 세웠다. 월 55톤 규모의 생산능력과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업계 최대 규모인 연간 2억7,600만잔의 커피 생산이 가능하다.

카페베네의 로스팅 기법은 남다르다. '선 로스팅 후 블렌딩' 공정 방식으로 생산지가 다른 생두를 개별 로스팅하기 때문에 각각의 생두가 지닌 고유의 맛과 풍미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 로스팅 직후부터 산화되는 커피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로스팅한 지 7일 이내의 원두만을 주 3회 전국 매장에 공급하는 전국 배송 시스템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코스타리카의 최상급 아라비카 원두를 퓨어로스팅 시스템으로 볶아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살려냈다. 퓨어로스팅 시스템은 최고의 배전 기술을 자랑하는 미국 자바 트레이딩사의 시스템으로 컴퓨터로 시간과 온도를 관리해 신선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기술력이다. 엔제리너스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배전 공장에서 엄선된 아라비카 생두를 공기 중에 가볍게 띄우는 대류 방식을 이용해 원두를 360도 골고루 볶아 겉과 속을 균일하게 로스팅하기 때문에 쓰거나 거친 맛이 없는 커피 고유의 부드럽고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 라인업을 강화한 던킨도너츠의 원두는 중남미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생두다. 커피 감정사라고 불리는 '큐그레이더'가 로스팅센터에 상주하면서 생두 관리부터 매회 로스팅한 원두 품질을 철저히 평가한다. 이세나 던킨도너츠 바리스타는 "갓 볶은 원두는 보름 정도의 숙성기간이 지나야 가장 최상의 상태가 되기 때문에 던킨 커피는 로스팅 후 보름이 지나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질 좋은 생두로 로스팅이 끝나면 큐그레이터들은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과정인 '커핑'을 실시하는데 온도에 따라 세 번에 걸쳐 진행된다. 이는 온도변화에도 모든 맛들이 고르게 유지되도록 해 따뜻하건 차갑건 던킨 커피만의 깊은 풍미를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파스쿠찌의 원두는 이탈리아 남부 몬테체리뇨네 지역의 1년 내내 일정하고 낮은 습도를 제공해주는 콘가 강 계곡 해발 600m에서 생산된다. 19세기 중반 이후 숙련된 상인이자 우수한 커피감정가였던 파스쿠찌가의 까다로운 원두심사 전통을 이어받아 130년 전통의 유럽식 커피문화의 정수를 그대로 가져왔다.

원두 제품은 중강배전으로 로스팅한다. 15~18분 중간 정도의 불의 세기로 천천히 볶는 슬로 로스팅 방식으로 생두 내 수분을 자연스럽게 증발시키고 빈(bean) 내부의 좋은 성분을 최대한 끌어낸다. 이를 통해 커피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중강배전의 로스팅에도 생두가 타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로스팅돼 쓴맛이 적고 다양한 향미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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