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받은 그리스

채권단, 구제금융 대가 '고강도 개혁안' 제시
수용땐 숨통, 거절땐 디폴트 직면
협상 타결 기대감… 불수용 우려도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간 구제금융 협상이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1일 밤(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채권단에 최종 협상안을 제출한 데 이어 채권단도 2일 자체적으로 개혁안을 확정해 그리스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특히 이번에 채권단은 그리스가 개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식으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그리스 사태는 어떤 식으로든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고강도 개혁안을 제시했다. 개혁안에는 재정긴축·민영화·연금 개혁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채권단은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그리스가 개혁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실천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EU 관계자는 "이번 채권단의 제안은 그리스가 수락 혹은 거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가 채권단의 제안을 수용하면 ECB는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단기자금 융통에 숨통을 틔워줄 방침이다. 그리스는 당장 5일까지 IMF에 3억유로(약 3,706억원)를 갚아야 하며 이를 제외하고도 이달 중 총 12억5,000만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이번 최종 협상까지 불발돼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채권단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가운데 치프라스 총리는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구제금융 협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그리스 좌파정부가 채권단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앞서 자체 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한 치프라스 총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실적인 계획을 내놓았다"며 "내핍 강요를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강경파 일부는 이전부터 긴축을 강요하는 채권단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투표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를 결정하자고 반발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시장은 궁지에 몰린 그리스가 채권단의 개혁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치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1.1175달러로 전날의 1.0919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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