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당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배당 확대 여력을 지니고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다수 업종의 현금흐름이 불안정할뿐더러 배당의 원천인 잉여현금흐름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배당 확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접고 잉여현금이 안정적으로 축적돼 있으며 예금 금리 이상의 배당 수익률을 제공하는 종목을 선별해 장기 투자할 것을 권했다.
22일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투자 바로 알고 바로 하자'는 주제의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정책 등에 힘입어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의 바구니는 커지고 있지만 실제 이 바구니에 담을 만한 과일(종목)은 많지가 않다"며 "일부 기업과 통신 업종 정도만이 펀더멘털 훼손 없이 배당 확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잉여현금흐름을 토대로 살펴본 국내 기업들의 배당 여력은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산업재·경기소비재·유틸리티·소재 등 대다수 업종의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의 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소비재의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은 지난 2011년 -3.6%, 2012년 -1.2%, 지난해 -3.6% 등을 기록했으며 유틸리티의 경우도 9년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적인 배당주인 음식료 업체를 포함한 필수소비재 섹터도 최근 3년간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의 비중은 0%대에 그쳤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세금·설비투자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은 잔여 현금 흐름을 뜻한다. 지속가능한 배당 여부와 배당 확대 가능성을 점검할 때 유용하게 활용되는 지표다.
정부의 내수 부양 의지에 따른 배당 확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들의 배당 여력이 좋지 않은 만큼 배당주 투자는 잉여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축적되고 있고 예금 금리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제공하는 종목 위주로 한정해야 된다고 박 팀장은 조언했다.
박 팀장은 2000년 이후 잉여현금흐름도 좋고 배당성향도 안정적이어서 정책 변화와 관계없이 배당 지속과 확대가 가능한 기업 10개를 제시했다. 한국쉘석유·신도리코·에스원·KT&G·퍼시스·자화전자·빙그레·SK텔레콤·KPX케미칼·유한양행 등이다.
또 잉여현금흐름은 안정적이나 배당성향이 높지 않은 탓에 외부 정책이나 내부 구조 변화에 힘입어 배당 확대가 가능한 기업으로 삼성전자·고려아연·삼성테크윈·현대모비스·셋방전지·대상·롯데제과·태광산업 등 8개 기업을 꼽았다. 다만 이들 기업의 배당 정책 및 지배구조 변화가 가시화하기 전에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조언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