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백화점 경영권 분쟁 자사주 공개매수로 종지부?

293억 규모 130만주 취득 결정
CNH 측 "참여 여부 저울질"


오랜 기간 경영권 다툼에 시달려온 대구백화점(006370)이 분쟁 상대방인 CNH 측에 자사주 공개매수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2대 주주인 CNH 측이 공개매수에 응해 지분을 넘겨주고 일 년여의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7일 공시를 통해 경영권 안정을 위해 293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130만주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2만2,500원이며 응모 주식 수가 취득 예정 주식 수인 130만주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응모된 주식을 단 한 주도 매입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취득기간은 이날부터 28일까지다.

시장에서는 대구백화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CNH 측을 겨냥한 카드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2대 주주인 CNH측과 첨예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여신금융 지주회사인 CNH는 지난 2009년부터 대구백화점 주식을 꾸준히 매집해 현재 15.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사회 견제 및 회계 투명성 제고를 이유로 비상근 감사 선임을 주장하며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대구백화점의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 측과 지분 대결을 펼친 바 있다.

최대주주 측으로서는 두 번에 걸친 주주총회 지분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19.7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CNH측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다툼의 싹을 제거해버리는 것이 대구백화점에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높다"며 "상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일반 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경영권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NH는 공개매수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저울질해보겠다는 입장이다. CNH 측 관계자는 "주당 2만2,500원이면 평균 매입단가보다 높아 차익실현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크게 급할 게 없는 만큼 일단 마감 시일인 28일까지는 신중하게 고민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사주 매입 기대감에 대구백화점은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00원(1.87%) 오른 2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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