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허용됐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방북이 허용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두 사람 모두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대통령 부인임에도 권 여사의 방북과 노무현 재단의 조문 방북은 허용되지 않았다.
정부는 권 여사의 방북 불허에 대해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20일 정부 담화문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한다”는 단서조항을 밝히며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통일부의 기준은 일종의 '상호주의'적
태도이다. 북측에서 조문단을 보낸 경우에 그것도 유족 본인에 한해서만 방북 조문을 허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북한은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는데 그쳤다.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10ㆍ4 남북공동선언문을 도출했음에도 북한은 조전에 그친 이유는 이틀 뒤 북한이 핵실험을 벌이며 남북관계가 긴장국면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일 이틀 뒤인 5월25일 북한중앙통신을 통해 조전을 보냈고 불과 4시간 뒤 핵실험을 강행했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를 앞두고 준비 중이던 핵실험을 그대로 실행했고 ‘남의 상사(喪事) 에 도발했다’거나 '애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등 비난이 남측의 진보ㆍ보수 양 진영으로부터 들끓을 것을 염두에 두고 조전을 미리 보냈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