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 모씨는 최근 과장으로 승진했다. 연봉도 제법 올랐다. 급전이 필요해 5년 전에 신용대출을 받았다. 이 씨는 최초 대출금리 그대로 현재까지 이자만 내고 있다. 한차례 대출을 연장하는 과정에서도 금리는 그대로 적용됐다.

그러다 최근에야 '금리인하요구권'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승진도 했고 연봉도 오른 이 씨는 언뜻 봐도 자격이 충분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씨는 곧바로 해당 은행에 문의를 했고, 신용대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씨는 "5,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데, 한 달에 내는 이자가 40만원 가까이 됐다"면서 "금리조정으로 한 달에 5만원 가량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요구권 제도가 만들어 진지 꽤 된 것 같은데 이제야 알게 된 게 다소 아쉽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당국이 '금리인하요구권' 제도의 활성화에 나서면서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의 구체적인 실행방안들을 내규에 반영하고 있다. 관련 제도 운영의 큰 틀은 비슷하지만, 은행에 따라서는 개인대출 이외 기업대출에도 적용하거나 세부 내용에 따라서는 일부의 차이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 혹은 회사의 신용도 등의 변화가 있을 경우 대출은행에 직접 문의해서 적용대상이 되는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10년 된 금리인하요구권= 신용에 현저한 변동이 있는 경우 고객이 서면으로 금리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은 2002년 도입됐다.

자신의 신용상태가 좋아졌음을 입증하는 근거서류를 제출해 은행이 이를 받아들이면 통상 1%포인트 안팎의 대출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미흡한 홍보로 일반인들 대다수가 이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데다 불분명한 조건들로 인해 그 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고객의 금리인하요구에 따라 은행이 금리를 조정한 실적은 불과 3,710건에 그쳤다. 은행들은 고객들이 요구하지 않는 한 이 제도에 대해 따로 설명해 주지도 않았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시중은행들과 공동으로 '대출기준 모범규준'을 마련,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은행들 역시 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의 권익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은행별로 조건은 다소 차이= 가계대출은 물론 기업대출도 요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기업대출에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 세부 조건도 조금씩 차이도 있다. 개인의 경우 ▦신용등급 향상 등 안정적인 직장으로의 이직 ▦연소득 15%이상 증가 ▦동일 직장에서 직위 상승 ▦전문자격증 취득 ▦주거래 고객 신규 선정 또는 주거래 등급 상향 등 큰 틀에서는 대부분 은행이 비슷하다.

외환은행은 지난2일부터 가계대출의 금리인하요구권을 확대실시하고 있고, 기업대출 금리인하 요구권도 신설했다. 가계대출은 변동 금리부 가계신용대출이 대상이다. 연 소득 증가, 승진, 전문자격증 취득, 거래실적 변동, 자산증가, 부채감소 등으로 신용등급이 상승될 때 적용한다.

또 새로 신설한 기업대출은 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만기일시상환의 변동금리 대출 가운데 운전자금이 대상이다. 회사채 등급이 상승했거나 재무상태 개선, 특허 취득으로 사업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가 해당된다.

국민은행 역시 외환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업대출에 대해서도 금리인하요구권을 적용하고 있다.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은행은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차등적용 되는 가계 신용 대출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데, 취업ㆍ승진ㆍ소득상승ㆍ전문자격증 취득ㆍ우수고객 선정ㆍ자산 증가ㆍ부채감소 등이 대상이다. 우리은행ㆍ신한은행 역시 대상을 확대했는데, 우리은행은 건별대출 뿐만 아니라 분할상환대출이나 마이너스대출에도 확대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11월말까지 내규에 반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연소득이 여신의 취급시점대비 15% 이상 증가한 경우 등 여타 은행과 비슷한 조건으로 해 관련 제도를 적용한다.

◇영업점 방문 후 서류 접수하면 돼= 절차는 간단하다. 금리인하의 대상이 되는 증빙서류를 금리인하신청서(가계대출용) 및 본인 확인서류(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와 함께 준비한 뒤 대출관리 영업점을 방문해 접수하면 된다. 은행들은 심사 후 금리인하의 대상이 되는지를 판단한 뒤 고객에게 등기 및 이메일로 통보한다. 다만 금리인하 신청시점은 대출의 신규나 증액, 기타 조건변동이 발생한 시점부터 3개월 후부터 가능하고 신청횟수는 연2회 이내로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