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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주 저축은행 퇴출 명단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이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옥석가리기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적기시정조치(퇴출)를 유예 받은 저축은행들은 당국의 자산가치 산정 기준이나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이 예전과 달리 지나치게 강화돼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1,000억원대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형편이어서 신규 여신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기존 여신까지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 대출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이제 저축은행에서도 자금을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의지가 도리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금융당국이 원칙에 얽매여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리한 퇴출 기준 책정=퇴출 명단 발표를 앞두고 저축은행업계의 최대 관심사이자 불만은 금융감독당국의 실사 기준이다. 실사 대상 저축은행의 자산을 청산가치로 보느냐, 계속 기업가치로 보느냐에 따라 자산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금융감독원은 자산 실사 기준을 청산가치에 둔 반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은 계속기업가치로 산정했다. 부동산 등 보유자산을 청산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면 계속기업가치로 평가했을 때보다 자산규모가 크게 줄어들게 돼 일부 저축은행은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BIS비율의 경우 앞으로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계속기업가치를 바탕으로 계산한 것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평가 기준이 달라지면서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나선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부채보다 자산이 적을 수 있다"면서 "자산평가 기준에 대한 저축은행들의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자산건전성 분류도 논란=저축은행업계에서는 대출에 대한 건전성 분류 기준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7~8월에 정상여신으로 분류됐던 대출이 12월 검사 때 요주의 또는 고정이하 여신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아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후 자산건전성을 엄격하게 평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업계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수개월 만에 등급이 바뀐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불과 수개월 만에 정상 여신이 고정이하 여신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8월 실사 때 인정됐던 담보가 몇 개월 만에 담보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과 수개월 만에 충당금을 추가로 1,000억원 이상 쌓아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신 무차별 회수에 중기 자금난 가중=현재 저축은행들은 유상증자를 비롯해 부동산이나 계열사 매각 등 각종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매각대금이 입금되거나 대금이 들어온다는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저축은행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해외 자본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일 정도로 다급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정이 다급한 저축은행들은 기존 대출을 무리하게 회수하거나 신규 대출을 닫아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대출 받기 어려운 일부 중소기업들은 저축은행에서도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이자를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쉽게 받았지만 요즘에는 아예 구조조정 운운하며 얘기도 못 꺼내게 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퇴출 명단에 몇 곳의 저축은행이 포함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저축은행들이 거론되면서 저축은행업계에 쓰나미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예외없이 퇴출 명단을 발표하기보다는 저축은행업계의 미래를 감안해 융통성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무조건 퇴출시킨다는 자세보다는 전체 금융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선별 퇴출하는 유연함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