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걸쳐 한우물 … 명품 도자기 '프라우나'로 세계를 빚겠다

창립 70돌 맞는 김영신 한국도자기 대표
중·일·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 고가 브랜드 매출 비중 늘리고
디자이너 등 젊은 작가와 협업 캐주얼 브랜드로 젊은층 공략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내수시장은 아직 잠잠하지만 해외시장에 대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명품브랜드 프라우나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더욱 넓힐 계획입니다”

1일 서울 신설동의 한국도자기 서울사무소. 진열장에 청와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가 쓰던 첫 국산 본차이나 도자기를 시작으로 쭉 나열된 역대 대통령들의 식기 모습이 대한민국 역사보다 더 긴 회사 전통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고(故) 김종호 창업주로부터 지난 1943년 충북 청주에서 ‘충북제도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래 국내 대표 도자기회사로 훌쩍 성장한 한국도자기는 이달 4일로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이곳에서 만난 김영신(52ㆍ사진) 한국도자기 대표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의지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프라우나는 세계최고급 원료와 함께 세계최고급 전사지(도자기에 인쇄할 때 쓰는 인쇄화지) 기술이 들어간 브랜드”라며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도 부유층이 상당히 많아 이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도자기는 도자기의 모양을 만드는 작업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을 한 장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드문 회사기 때문에 해외거래처 주문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 경쟁력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도자기는 현재 ‘한국도자기’ 외에도 ‘프라우나’라는 고가 브랜드를 앞세워 9년째 수출 길을 열고 있다. 프라우나는 일반 본차이나 제품보다 3배나 강한 파인 본차이나(Fine Bone China) 재질로 만들어져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현재 한국도자기 수출 규모는 100억원 이상으로 전체 매출의 25%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서도 60%는 이 프라우나 브랜드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직은 국내외에서 중상가의 한국도자기 브랜드 매출이 더 크지만 앞으로 프라우나를 중심으로 고가 브랜드 매출 비중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내년부터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그동안 미국ㆍ영국ㆍ터키ㆍ러시아ㆍ중동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해왔으나 부유층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이 시장잠재력만큼은 월등하다는 생각에서다. 중국뿐 아니라 한류의 영향이 큰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도 공략 대상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김 대표는 새로운 전략으로 젊은 브랜드를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자기가 40대 이상에서는 상당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 그에 못 미친다”며 “내년 봄께 젊은 세대 취향에 맞고 저렴한 캐주얼 브랜드를 내놓아 타깃층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도자기라는 한 우물만 파온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 지킬 것”이라며 “젊은 브랜드 계획은 그러한 틀 안에서의 혁신”이라고 소개했다.

한국도자기는 이미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위해 디자이너 등 젊은 작가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새 제품들에는 동생인 김영목 한국도자기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한국도자기리빙에서 1년전 개발한 주방용품 브랜드 ‘리한’을 접목해볼 방침이다. 젊은 감각의 도자기라인에 리한이라는 브랜드를 더해 한국도자기 주력 브랜드 중 하나로 삼겠다는 것. 김 대표는 “새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김 부사장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고 귀띰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창립 70주년 이후에도 토종 도자기 브랜드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100년 가는 기업으로 지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한국도자기는 앞으로도 청주 향토기업이자 토종 브랜드로서 국내에 생산기반을 갖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회사 이익을 위해 원가절감 등을 하지 않는 것도 한국도자기만의 원칙”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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