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가 심상치 않다. 북한이 억류해온 미국인 2명을 지난주 말 석방했다. 반목하며 대치해온 중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했다.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일 관계는 악화하는 가운데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이후 새로운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 여부다. 미국은 이번 석방 교섭을 위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북한에 보내 성과를 끌어냈다.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파견했던 통례와 달리 정보기관의 총책임자를 보내 각각 23개월과 7개월간 억류된 두 미국인을 석방시킨 미국의 후속조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에번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이 지난주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의 최우선 의제가 북핵 문제"라며 "새롭고 창의적인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는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미국이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북의 대외전략)'에 말려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석방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감사하다'고 화답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 남북 2차 고위급회담이 대북전단을 둘러싼 논란 끝에 무산된 마당이어서 남북대화와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의 미래를 둘러싼 주도권 약화를 자초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다.
호주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일·호주 3국 간 정상회의 결과도 주목된다. 중일 정상회담을 포함해 일본이 물밑에서 주도하는 동북아 지형 변화에 한국은 고립된 모양새다.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창조적인 해법을 강조해 대내외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정작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정부는 베이징 APEC 회의와 호주 G20 정상회의를 통해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