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맥주는 맛 없다? 홍콩선 제일 잘 나가!

수출 25년 맞은 오비맥주 '블루걸' 6년째 점유율 1위


홍콩은 세계 맥주의 격전장으로 꼽히는 시장이다.

인구(700만명)가 적은 탓에 홍콩 주류 시장 규모는 연간 1,500만 상자(500㎖*20병 기준)로 한국보다 작지만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77.9%로 절대적이다.

전세계 200여 맥주 브랜드가 진출해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홍콩에서 한국의 오비맥주가 제조업체설계개발생산(ODM)방식으로 만든‘블루걸(Blue Girl)’이 수년째‘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맥주는‘맛이 없다’는 냉혹한 평가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주목할만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블루걸을 판매하는 홍콩 젭센그룹 음료부문의 마이클 글로버 사장은 지난 4일 홍콩 하버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블루걸 수출 25주년 기념식에서 “블루걸이 2007년부터 6년째 홍콩 맥주 1위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블루걸의 좋은 품질이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오비맥주와 젭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블루걸의 시장점유율은 수량 기준 22.4%로 2위인 브라질 맥주 스콜(10.4%)보다 2배 이상 많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33.8%의 점유율로 덴마크 칼스버그(8.9%)나 필리핀 산미겔(8.7%·홍콩 생산) 등과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블루걸은 19세기 독일 브레멘에서 출발한 맥주로 1906년 젭센그룹이 인수해 홍콩 등 중화권에 출시했다. 젭센그룹은 인수 이후 계속 독일에서 블루걸을 생산해 홍콩 지역에 판매했지만 높은 물류비용 등으로 고민하던 중 오비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를 소개받았다. 이후 1988년부터 오비맥주는 ODM방식으로 제조한 블루걸을 25년 째 홍콩에 수출하고 있다.

블루걸은 오비맥주의 지난해 맥주 수출량(1,778만 상자ㆍ500㎖*20병기준) 가운데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철수 오비맥주 해외사업본부장(전무)은 “홍콩에서 소비되는 ‘칼스버그’나 ‘하이네켄’의 생산지는 중국인 반면‘블루걸’의 생산국은 한국이라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또하나의 한류 가능성이 엿보인다”말했다.

오비맥주와 젭센은 홍콩 다음 타깃으로 중국 본토를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비맥주는 2010년부터 중국인 기호에 맞는 알코올도수 4.5도짜리 블루걸을 본토에 팔고 있다. 박 본부장은“첫해 블루걸 수출은 47만 상자였지만 올해는 450만 상자 수출이 예상된다”면서 “홍콩뿐 아니라 중화권 및 아시아 지역에서 블루걸이 1위 맥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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