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냐, 선 정상화 후 매각이냐」대한생명 2차 공개경쟁입찰에 대한 투자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국내외 8개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보험업계는 이번에 한화그룹의 컨소시엄이 만족할 금액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일단 유찰시킨 후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선정상화하는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한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크호스로 등장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홍콩의 리젠트퍼시픽 그룹은 대주주의 미온적인 태도로 대한생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젠트사는 이번 입찰에서 1조2,5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제시해 인수권에서는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가 재정부담 최소화와 함께 국내 보험산업 발전 기여도를 중요한 선정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상 부실사를 인수해 되파는 벌처펀드 성격의 리젠트사가 인수자로 선정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리젠트는 대한생명 인수보다는 다른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다른 두가지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의 낙찰 가능성은= 한화가 이번 입찰에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한화 김승연(金昇淵) 회장은 7일 『(제시한 인수자금은) 후순위차입을 포함해 1조5,000억원이 넘는다』며 2조원이 넘느냐는 질문에는 『입찰 마감전이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해 후순위차입을 뺄 경우 1조5,000억원이 안되고 합하면 2조원이 안되는 조건을 제시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금감위는 후순위차입을 인수자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번에 한화가 제시한 투자자금은 1조5,000억원 미만이 된다. 금감위는 1차 입찰에서도 LG그룹이 제시한 자본금 1조원, 후순위차입 1조원에 대해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후순위차입을 인수자금에 포함하면 안된다』는 이유로 유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입찰에서도 한화의 낙찰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가 일본의 우량생보사인 교에이(協榮)생명, 신흥 금융재벌인 오릭스생명과 합작에 성공했고, IFC와도 합작을 진행하고 있어 금감위가 내세우는 보험산업발전 기여도와 자금출처의 확실성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대한생명을 거머쥘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화 빼고는 믿을만한 데가 없다= 예상대로 2차 입찰에서도 미국의 메트로폴리탄생명이나 프랑스의 AXA 등 세계적인 보험사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입찰에서는 한화와 리젠트 외에 명성·신동양기공 등 국내사와 미국의 AMCO·노베콘·GAI와 홍콩의 DMK-SPE 등이 8개 기관이 참여, 1차때 보다 치열해 보이지만 실속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참여기관들은 대부분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생명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상당수가 익명을 요구하거나 구체적인 구성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며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구체적인 것을 밝히겠다는 등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투자제안서를 정밀 검토한 후 처리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번에 처음 모습을 보인 암코(AMCO) 컨소시엄은 미국의 최대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보험과 부동산관리업체인 쿠시만 앤드 웨이크필드(C&W)사가 합작, 자금은 C&W가 조달하고 경영은 프루덴셜에게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노베콘은 익명의 미국보험사와 부동산투자업체, 금융투자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GAI는 익명의 외국보험사와 투자펀드, 종금사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1차 입찰에 참여했던 명성도 일본 생명보험사와 재일본민단기업, 말레이시아 금융기관인 LOFSA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시 입찰제안서를 냈다.
1차 때 명성과 함께 했던 신동양기공은 2차 때는 일본의 국제기술협력주식회사와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유찰되면 선정상화 후 매각하나= 업계에서는 유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한 투자자가 없어 이번에도 유찰되면 선정상화 방안을 추진해 갈 것임을 시사했다.
선 정상화 방침이 정해지면 정부는 대한생명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감자를 단행한 후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감자를 단행할 경우 최순영(崔淳永) 회장의 주주권 포기 거부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현재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崔회장과 대생 정상화 문제를 분리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