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박근혜노믹스'에 올라탔지만 정작 친박계의 내부 입장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른바 '부자증세'로 불리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에 대해 대부분의 친박계는 쇄신파와 함께 찬성하지만 정작 박근혜 전 대표는 당장 소득세 일부를 높여 표심을 잡기보다 종합적으로 세제를 가다듬자는 생각이다. 친박계 의원들과 박 전 대표가 경제관에서 현저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대선주자(박 전 대표)와 지역구 선거를 치러야 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넘기 힘든 차이'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쇄신파 의원들과 뜻을 같이 하는 친박계 의원들은 이미 국회에 올라온 소득세 증세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쇄신파 의원을 주축으로 한 민본21에 속한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민본과 생각을 같이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친박계 초선의원은"구체적인 내용은 다를지 몰라도 당 전체적인 정서가 억대 연봉을 받는 부자들에게 소득세를 더 걷어야 한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쇄신파가 논의 중인 소득세 증세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찬반을 정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종합적으로 연구해 탈루나 불로소득ㆍ자본소득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소득세 최고세율 증세에 반대한다"며 "누더기 세제를 개정해봐야 탈루가 많아지기 때문에 공평과세도 복지재원 조달도 안 된다"고 했고 최경환 의원도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지켜야 한다"면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친박계이자 기획재정위원장인 김성조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늘 원칙과 신뢰를 이야기했는데 경제 역시 이에 따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관련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12월에 결정하기보다 내년 총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원인은 우선 박 전 대표의 생각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획재정위 소속인 박 전 대표는 소득세에 대해 지난해 말 법인세와 달리 감세철회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후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소장파와 함께 소득세 증세에 찬성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생각은 모른다. 민본21의 생각이 박 전 대표에게 입력됐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고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와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친이 친박 할 것 없이 불안감에 빠진 의원들이 '부자증세' 카드를 돌파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로서는 부자증세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의 이탈이 생길 수 있고 앞으로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