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증시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이어 내놓은 시장안정책이 '관치증시'라는 비판으로 되돌아오는데다 하락추세가 중국 증시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폭락 당시 증시불안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했던 외국인투자가들에도 손을 내밀 정도다.
31일 상하이증시는 전일 막판 급락으로 불안했지만 다행히 큰 폭의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장 들어 낙폭을 확대하는 패턴이 반복된 것은 불안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마감 직전 매매가 몰리며 급등락하는 중국 증시의 '뉴노멀'이 고착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블랙먼데이를 기록한 지난 27일 폐장 1시간 전인 오후2시부터 매도 주문이 몰리며 8.4%나 급락했던 상하이증시는 이튿날인 28일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세로 돌아선 후 막판 매도주문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에서 당일 거래량을 토대로 결정하는 마진콜(증거금 납입)이 오후에 나타나며 증시가 오후 들어 요동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다 금융당국이 내세운 증시 국가대표팀(증권금융 등)이 장 막판 지수 안정에 투입된다는 점도 급등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불안한 중국 증시가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전안후동(前安後動)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불안한 증시를 진정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등의 한도를 풀어주며 외국인 투자 확대로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려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투기성을 보이는 시장거래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이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의 24개 프로그램 매매 거래를 중지시켰다. 증감회는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계좌 실명과 자금원을 추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장 루머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부 지방 언론이 증시에 대한 여과되지 않은 루머를 보도하고 있다며 이를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공산주의'로 불리며 시장에 과도한 개입을 한다는 비판에도 정부 역할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반해 외국인투자가에 대해서는 투자한도를 풀어주는 등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급한 대로 외국인들에 구원투수가 돼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금융당국이 외국인을 이용해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려는 것으로 풀이했다. 일부 중국 내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사태 이후 외국인투자가들은 차익실현과 저가매수 그리고 한도확대라는 이익을 다 챙겼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폭락 당시 대규모 차익을 실현하며 중국 증시를 빠져나갔던 외국인들은 지수 3,700선에서 저가매수를 하고 있다. 23~29일 후구퉁(홍콩에서 상하이 증시 투자)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65억위안으로 직전주에 비해 32% 증가했다. 특히 27일 증시 폭락에 이어 28일에는 67억위안이 저가매수세로 유입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이중플레이가 신뢰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뤄구전 중국 수출입은행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지나친 규제가 증시는 물론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 기관 마킷도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을 공매도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본토주의 공매도와 중국 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공매도 규모는 모두 합쳐도 전체 역내 ETF 자산의 1.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렌트 스티븐 슈트 마킷 애널리스트는 "일관성 없는 중국 금융당국의 대책이 공매도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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