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포기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던 LG의 데이콤 주식인수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데이콤 2대주주인 동양그룹이 당초 합의와 달리 LG측에 데이콤 주식양도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G는 동양그룹에 대해 지난 4월 합의한 대로 지분을 양도하라며 지난 14일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주식매입대금 4,465억2,700만원을 공탁했다. 자칫 LG의 동양 지분인수문제가 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양이 지분양도를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LG가 비밀의무를 깨뜨렸기 때문이라는 것. 반면 LG는 자신들이 합의서 내용을 공표한 적이 없다며 당초 합의대로 지분을 넘겨달라는 입장이다.
◇합의내용과 그동안의 경과= 27일 본지가 입수한 관련서류에 따르면 LG와 동양은 지난 4월 데이콤 지분인수와 관련된 비밀합의서를 작성했다. 동양시멘트 노영인(盧永仁)사장과 LG텔레콤 남용(南鏞)사장이 서명한 이 합의서에 따르면 동양은 보유중인 데이콤 주식 3,77만4,538주(20%)를 4,465억2,700만원(주당 11만8,300원)에 LG에 넘기기로 했다. LG의 데이콤 지분보유제한이 해제되는 날로부터 1개월이내에 200만주, 6개월이내에 나머지를 넘기기로 한 것이다.
양측은 합의내용을 위반하는 쪽이 매매대금 총액의 30%(1,339억5,810억원)를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합의서에 「양 당사자는 본건 합의내용에 대해 비밀을 준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
이에 대해 5월4일 동양측은 LG가 비밀준수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LG측에 통보했다.
이어 5월6일 정보통신부는 LG의 데이콤 지분보유제한을 폐지했고 11일 LG는 13일에 대금을 지급할테니 지분을 넘기도록 동양측에 통지했다. 그러나 13일 LG측이 200만주에 대한 대금을 갖고 동양시멘트를 찾아갔으나 동양측이 이를 거부했고 LG는 14일 매매대금 전액을 공탁했다.
◇동양의 속셈= 동양그룹은 LG의 공탁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현재 LG그룹과 데이콤 지분 매각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약속 이행을 보장받기 위해 공탁을 건 것은 LG그룹의 입장일 뿐이고 동양그룹은 공탁사실과 무관하게 LG그룹과 원만한 타결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측은 또 데이콤 지분의 매각가격에 대해 당초 합의와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주당 11만8,300원(27일 종가 에 넘기기로 합의했지만 상황이 변한 만큼 경영권 포기에 따른 프리미엄을 더 달라는 속셈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표면상으로는 LG의 합의사실 공표에 따른 비밀준수의무 위배를 내걸어 계약파기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값을 더 높게 받거나 여차하면 데이콤 지분을 계속 보유, 캐스팅보트를 쥐거나 삼성 또는 LG 한쪽과 제휴할 수도 있다는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LG측 입장=합의내용을 LG가 공표한 적이 없다며 당초 계약대로 하자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당초 계약대로 이행하자는 취지에서 매각대금을 법원에 공탁했을 뿐』이라며 『동양과의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측이 계약파기 이유로 내걸고 있는 비밀준수의무 위반은 터무니없는 트집이라는게 LG측 시각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법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세정 기자 BOBLEE@ 김형기 기자 HKKIM@ 윤종렬 기자 YJYU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