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전국 주요 백화점에 어린이 안전학교를 도입해 유통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최근 전국 7개 매장의 문화홀을 개조해 어린이들이 안전사고 예방법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어린이 안전체험학교'를 설치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 사회복지재단이 주관하는 어린이 안전체험학교는 목동점을 시작으로 오는 8월까지 킨텍스점, 미아점, 울산점, 무역점, 충청점, 천호점에서 순차적으로 운영된다.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백화점의 노른자위 공간인 문화홀을 수익성이 떨어지는 어린이 안전학교로 대체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시도라는 것이다. 통상 백화점 문화홀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클래식 공연, 영화 관람, 문화 전시 등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정기 바겐세일 기간에는 종종 할인행사장으로도 운영된다. 현대백화점이 문화홀을 어린이 안전체험학교로 개조하는 데는 2억5,000만원가량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어린이 안전체험학교에 소외계층 아동과 백화점 고객 자녀를 포함한 매일 어린이 36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교육은 가정 안전교육과 소방 안전교육으로 나눠 진행한다.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세탁기, 식탁, 가스레인지 등 실제 가정에 쓰이는 소품을 비치했고 어린이가 각종 사고에 직접 대응해볼 수 있는 실습교육 위주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 어린이 성 범죄 예방교육도 실시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문화홀 내에 실제 가정집을 구현해 교육 효과를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소방 안전교육도 보통 소방서에 직접 가거나 소방차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백화점 안에서 모든 체험 교육이 이뤄지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어린이 안전체험학교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되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으로 꿈도 피워 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이후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안전 대책을 주문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회사의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지난 20일 압구정점에서 진행한 민방위훈련에는 예고 없이 현장을 찾아 방재실과 안전관리실을 둘러보며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전국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한 뒤 매년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