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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 교차 참석하는 등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제야말로 경제·외교 분야에서 상호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소 닭 보듯' 했던 기존의 경직되고 융통성 없는 외교관계는 양국의 미래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만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배어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아베 총리와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 교차 참석하는 것은 올 가을에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정해진 수순'이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서로 등을 돌렸던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마주 보고 협상 테이블로 나온 이유는 뭘까.
한국의 경우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함께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6자회담의 주요국인 일본과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북핵 대응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일관계 개선은 북한 핵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적 이익도 크다. 우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속도를 내면서 경제영토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호주 등 아시아 개별 국가와는 FTA를 체결했지만 무역적자 구조가 고착화된 일본과는 FTA를 맺지 않았다.
한일 양자 FTA 체결이 사실상 힘든 상황에서 한중일 3국 간 FTA가 체결되면 강력한 아시아 경제블록을 구축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에 맞설 수 있는 국제경제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설립작업을 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TPP 가입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우리 정부의 AIIB 가입에 미국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만큼 TPP 가입을 통해 한미 간 경제동맹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후발주자로 TPP 가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한일관계가 개선된다면 TPP 가입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으로서도 득이 많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일본 본토가 위협 받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한일 군사협력, 정보교환 등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한미일 3국 공조체제를 구축해 북한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일본으로서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중국의 영토팽창에 맞설 수 있는 우호세력을 얻게 된다. 중국은 센카쿠열도에 대규모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일본은 영유권 침해라며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해 센카쿠열도 등 중국의 영토팽창에 맞설 수 있는 지원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