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거인 TV혁명 전쟁… 애플만 덩그러니

삼성·MS 등 새 플랫폼 경쟁 치열
애플, 작년 3월 이후 신제품 없어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마지막 구상으로 내놓았던 것은 "융합TV(integrated TV)"였다. 모바일과 TV의 완벽한 호환에 더해 사용자의 음성·동작을 인식해 복잡한 조작 없이 간단하게 다룰 수 있는 TV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은 물론 가전 생태계의 판도를 바꿔놓겠다는 야망이었다. 그러나 잡스가 사망한 지 2년, 그의 꿈은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구글 등 애플의 적수들이 실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전통적 TV 시청양상이 격변하자 IT 업계 거인들은 TV 혁명의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는 자사들의 대표 비디오게임 콘솔인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PS)을 웹서핑·TV 시청이 가능한 종합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다. 구글은 TV 수상기에 결합해 스마트폰과 TV를 연동시켜주는 크롬캐스트를 지난 7월 내놓았다.

TV 제조업계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미라캐스트 등 보조기기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TV를 연결해주는 스마트TV 체제를 구축했다. 나아가 LG는 아예 TV에 와이파이 다이렉트(Wi-Fi Direct·와이파이를 탑재한 기기끼리 직접 통신하는 방식) 기술을 내장해 보조기기가 필요 없는 융합TV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올여름 유사한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MS(X박스 원)·소니(PS4), 삼성·LG 모두 음성·동작 인식기능을 탑재한 것은 물론이다.

반면 잡스의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애플은 신제품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 경쟁에 끼어들지 못한 채 뒤처지는 양상이다. 인터넷 콘텐츠를 TV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셋톱박스 '애플TV'가 지난해 3월에 나왔지만 이후로 혁신적 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탓이다. 더군다나 애플TV로 제공되는 콘텐츠도 제한되고 크롬캐스트 등 경쟁작에 비해 가격도 비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애플의 스마트TV는 유니콘과 같다"면서 "누구나 애플의 새 TV에 대해 얘기하지만 정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애플은 최근 스마트TV 개발과 관련해 MS X박스에 동작인식 기술을 제공했던 이스라엘 IT기업 프라임센스를 3억6,000만달러에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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