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감 증대 남북관계 도움 안돼북·미 제네바 핵협상 미측 수석대표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원장은 10일 『전쟁보다 경수로비용을 부담하는 쪽을 선택한 한국정부의 판단은 옳았다』면서 『일본과 미국도 일부 비용을 부담하겠지만 한국기업이 사업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주된 부담자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갈루치 전핵대사가 이날 조지타운대 한국동창회(회장 김석동 쌍용투자증권사장) 주최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남북관계 전망」 세미나에서 행한 기조연설 요지를 정리한다.
미국에 있어 유럽과 아시아는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관점은 특정 국가가 헤게모니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지역 국가들이 민주적이고 시장체제적인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
2차대전이후 미국은 주로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본과 동맹관계를 통한 헤게모니를 구축해 왔다. 이 그림속의 일부인 한미 동맹관계는 북한의 존재로 인해 더욱 관심을 받아왔다.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아태지역 안정을 위해 동맹관계를 긴밀히 유지해갈 것이다.
핵무기 확산은 세계와 미국의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다. 지난 94년 10월 북·미 제네바기본합의는 북한이 금세기말까지 매년 30여기의 핵폭탄을 제조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관점에서 한반도 통일은 필요불가결하다. 분단은 부자연스런 상황이다. 남북한간의 경제력 경쟁은 이미 끝났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북한의 20배가 넘는다. 정치·외교적 능력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북한이 의존할 곳은 궁극적으로 한국밖에 없다. 중국의 지원은 최소한에 그칠 것이고 미국은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최고의 관심사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멈추게 한 제네바기본합의를 유지시켜 나가는 것은 한반도 평화유지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일로 가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유연한 대북 연착륙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연착륙정책이 북한체제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적대감을 증대시킬 필요는 없다. 미국은 북한이 어려울 때 너무 많은 압력을 가하면 무력대응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해서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정리=임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