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거품' 뺀다더니 교복구매제 물거품?

입찰 나선 200개교 중 27곳만 선정
업체 출혈경쟁에 대리점 반발 심해
교육부와 MOU 체결식 돌연 연기

2015학년도 동복부터 도입되는 '교복 학교주관구매제' 시행을 앞두고 교복 낙찰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31일 한국교복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내년도 교복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한 학교는 27개교에 그쳤다. 전국 5,000여개 학교 가운데 지금까지 200여 학교가 입찰에 나섰으나 이 중 절반가량은 한 차례 이상 입찰이 무산됐다. 생존에 위협을 느낀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하면서 재킷·하의·셔츠·카디건 등 4벌로 구성된 동복 가격을 지난해 공장 출고가 이하인 평균 14만~15만원으로 제시하자 800여 기존 교복 대리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찰가는 지난해 전국 동복 평균가(25만원)에 비해 40% 이상 낮은 것으로 교육부의 기대 수준이었던 30% 인하 효과를 뛰어넘는다. 앞서 교육부가 제시한 2013~2014년 동복 상한가인 20만3,084원과 지난해 공동구매 전국 평균가인 19만9,689원과도 모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존 교복 대리점들은 도매가 수준의 판매가를 요구하는 저가경쟁으로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류기종 스쿨룩스 대리점협의회 대표는 "이는 지난해 공장 출고가인 16만~17만원보다 낮은 원가 수준"이라며 "먼저 입찰에 참여했던 기존 대리점들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80~90%의 대리점들이 (제도) 참여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브랜드 교복 본사들은 학교주관구매제 시행에 대비해 동복 출고가를 일부 품질 저하를 감수한 채 15만원 이하로 내리기로 했다. 소매 대리점들로서는 도매가 수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생산 지연에 따른 책임이나 수선, 재고 등까지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대리점들의 불만이 확산되면서 30일 교육부가 교복 업계와 맺으려 했던 '교복 구매제도 정착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도 돌연 연기됐다. 앞서 교육부는 4일 주요 교복업체 대표와 회동을 갖고 10일 각 업체에 공문을 보내 제도의 빠른 정착을 위한 MOU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브랜드 교복 본사와 920여 회원사를 둔 한국교복협회 등 주요 교복 업계는 입찰 참여 주체가 개별 대리점인 점을 들어 "업체나 협회 차원에서 MOU 참여를 강제할 수 없다"며 사실상 MOU 참여에서 발을 뺐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기존 업계가 신생 제도를 무산시키고 개별구매를 이어가려는 집단 움직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MOU 연기는 참여 업체 파악 등에 좀 더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라며 "교복 가격 안정과 빠른 제도 정착을 위해 추후 원하는 업체를 모아 협약식을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진성준 한국교복협회장은 "(교복 입찰에) 광역시 단위로 참여할 수 있어 존폐 위기를 느낀 일부 대리점들과 신생 업체들이 지나친 출혈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학교주관구매제 이행이 늦어지는 것에 반발해온 업계가 정 반대 방향으로 내몰리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