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고민

지난 1996년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제32차 국제보험학회(IIS) 총회에서 당시 네덜란드 재무장관의 기조연설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었다.그는 지금 유럽 각국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처해 있음을 토로하며 앞으로 누가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세계 보험인들에게 제기했다. 유럽 선진국은 일찍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이념으로 복지국가 구현을 위해 노력한 결과 세계에서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모범적으로 발전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사회보장의 극치는 국가재정 지출을 과중(過重)시키고 수혜자인 국민은 기본생활이 보장됨으로써 오히려 노동의욕이 저하되고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짐에 따라 세수(稅收)가 줄어들어 국가재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그는 개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사회보장 규모를 대폭적으로 축소하자는 주장이 부각되고 실제로 정책에도 반영됐으나 이것 역시 노조의 거센 반발과 현대 국가의 본래적 책무를 방기했다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했다. 바로 여기에 암스테르담의 고민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제도가 아직 초기단계에 있으므로 이러한 우려는 사치스러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장차의 모범적 사회보장체계를 모색해 본다면 국가 재정에 의한 보장은 최소의 기본 수준으로 하고 그 이상의 부족분은 기업에 의한 보장 그리고 민영보험제도를 통한, 즉 자기 자신의 노력에 의한 보장으로 구성돼야 할 것이며 이렇게 국가·기업·개인이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는 삼층보장(三層保障)이 되어야 한다. 원래 민영보험은 사회보장의 일익(一翼)을 담당하고 있지만 막대한 재정적자와 생산성 저하라는 유럽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다면 민영보험의 역할이 사회보장의 태반(太半)을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적 육성이 필요하다. 암스테르담의 고민은 유럽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뼈아픈 자성(自省)의 산물이자 대안의 모색이었다. 보험은 인간이 고안해 낸 가장 인간적인, 그리고 가장 합리적인 장치 중의 하나다. 암스테르담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결국 민영보험의 역할 증대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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