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상반기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종료 후 상당기간 현행 기준금리(0.25%)를 유지하겠다'는 FOMC 성명과 관련해 '상당기간'을 "6개월 정도"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FOMC 회의가 1년에 8번 열리고, 앞으로 회의 때마다 100억 달러씩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올 하반기엔 양적완화가 완전히 종료된다. 결국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던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상반기 내에 조기 단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손쉽게 투자할 수 있으면서 금리상승에 대비할 수 있는 미국 및 한국 국채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단기 대응에 적절한 투자수단이 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 3%를 돌파한 이후 2.6%대까지 떨어졌지만,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최근(3월27일) 2.7% 대까지 올랐다.
미국 국채가격 하락, 즉 금리상승에 베팅하는 ETF는 '프로셰어즈 울트라쇼트 20Y+미국 국채 ETF(블룸버그 티커: TBT UP)'가 가장 많이 거래된다. TBT UP은 바클레이즈 미국장기국채(만기 20년 이상) 지수 일일 가격움직임의 역으로 2배 수익을 추구하는 마이너스 레버리지, 즉 인버스 ETF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TBT UP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프로셰어즈 숏 20년 미국채 ETF(TBF US)는 1배 인버스 ETF이며, 3배 인버스인 TMV US도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배상원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대리는 "미 국채 인버스 ETF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이슈가 나올 때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업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도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국채 인버스 ETF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나타나면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ETF에 고액을 투자하는 자산가들은 해외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것이 현재로선 세금문제를 고려할 때 이득이 나는 구조이기에 투자를 노려볼 만하다. 해외 상장 ETF에 직접 투자하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분리과세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이 큰 고액자산가들은 국내에 상장된 해외지수 ETF보다 해외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소액으로 조금씩 ETF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TBT UP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미국 국채와 연동성이 비교적 높은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ETF에 돈을 넣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국고채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ETF가 있다. 바로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상장한 'KODEX 10년국채선물 인버스 ETF'다. 이 상품은 10년국채선물시장에서 선물매도계약(Short)을 체결해 기초지수인 10년국채선물지수 일간수익률의 -1배를 추구한다. 미 금리 상승 전망에다 최근 매파 성향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정되면서 국고채 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KODEX 10년국채선물 인버스 ETF는 평소 6개월 미만의 통안채에 투자해 이자수익을 추구하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자본차익까지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며 "금리 상승기에 좋은 대안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