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검찰 발표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서 그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의원은 이번 검찰 발표로 책임론의 한가운데에 내몰리며 적지 않은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될 처지다. 여권에서는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이자 대화록 공개 국면을 주도했던 문 의원을 정조준하며 연일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문 의원은 검찰 발표 직후인 2일 기자들과 만나 "내용을 잘 모르니 알아보고 말하겠다. 좀 더 확인해보고 얘기하자"고만 한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소통의 창구로 자주 이용했던 트위터도 '발신정지' 상태다.
앞서 문 의원은 지난 7월 예기치 못한 대화록 실종사태를 맞닥뜨리자 "혹여 제가 몰랐던 저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었다.
당내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여권의 문 의원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엄호에 나선 모습이다. 문 의원의 입장표명도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경위에 대한 규명이 이뤄진 연후에 검토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은 3일 기자들과 만나 "대화록이 '팜스'(대통령기록관리 시스템)에 없는 경위가 안 밝혀진 상태에서 책임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친노 핵심인 김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여권의 문 의원 책임론 공세에 대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이 없는데 문 의원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 공작이 난무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시키는 일이 반복되니 국민이 정치에 신물이 나는 것"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문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표명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도부내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계파간 미묘한 갈등 양상이 재연될 수 있는 미묘한 대목이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당의 대부분 의원들은 상황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문 의원이 명확히 밝혀주는 게 보다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도 "문 의원이 상황을 정리해줘야 현 국면을 털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노 인사'인 김영환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문 의원의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문 의원은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10·4 남북정상선언 6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그가 어떠한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 인사는 "질문이 있으면 답변할 수는 있을 수 있으나 특별히 언급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으나, 일각에서는 문 의원이 마냥 침묵을 지키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