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옴니채널'과 함께 공들인 모바일 전자결제시스템 '엘페이(LPay)'가 베일을 벗는다. 막강한 유통망을 지닌 롯데까지 전자결제시장에 가세하면서 정용진(오른쪽)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강력하게 밀고있는 'SSG 페이'는 물론 '삼성페이(삼성전자)', '네이버페이(네이버)'와도 치열한 격돌이 예고되는 등 '페이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번 주 중 엘페이를 출시하고, 추석 전 일부 유통계열사에서 엘페이 사용을 시작해 본격적으로 제휴 카드를 늘려갈 계획이다.
롯데의 엘페이는 모바일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만 깔면 롯데 계열사에서 롯데그룹의 통합 마일리지인 엘포인트 (적립 및 사용) 뿐 아니라 롯데 계열 외 다른 신용카드 등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비즈니스 카운실 포럼에 참석해 "롯데는 혁신을 추구하며 옴니채널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며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이달 안에 '엘페이'라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오프라인 융합인 '옴니채널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첨단 결제시스템 개발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3월 옴니채널 전략을 집중 연구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조직인 e2(e-커머스 2.0) 프로젝트팀을 발족시킨데 이어 올해 2월에는 미래전략센터 안에 '이노베이션 랩'을 설치했다. 엘포인트·엘페이 등 결제 시스템, 비콘 서비스(고객 스마트폰에 할인쿠폰 등 콘텐츠 자동전송), 유통·물류 융합시스템, 빅데이터 고객 관계관리 등의 개발·연구가 이 연구소의 주요 임무다. 이번에 선보인 엘페이도 e2프로젝트팀과 이노베이션 랩의 작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롯데그룹의 인프라가 다른 유통사보다 많고 타 채널로도 범위를 확장할 수 있어 고객 편의성과 가맹점 매출을 높이는 윈윈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페이의 가세로 대기업 간 '손 안의 결제' 주도권 다툼은 더 치열해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7월 백화점과 이마트 등 신세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SSG 페이 서비스를 시작, 국내 유통업계 간편 결제 시장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정 부회장은 출시 당시 SNS에 "혁신 전자결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SSG페이가 모바일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 및 영역 확대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페이 전쟁은 갈수록 격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애플 페이와 안드로이드 페이가 득세하는 가운데 중국의 알리페이 등이 강자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통을 중심에 두고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이 자사 생태계로 유입되는 소비자를 유혹하며 '제2 아마존'을 꿈꾸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롯데의 가세로 간편 결제시장 파이가 커지고 각사마다 내놓는 전략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