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종업원이 업무 관련 위법행위를 했을 때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옛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절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헌재는 28일 "법인의 대리인이나 사용인, 종업원 등이 법인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했을 때는 법인도 함께 처벌한다"는 내용의 옛 증권거래법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신증권이 일임매매 손실 사건과 관련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증권거래법상 양벌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위헌심판제청 사건은 증권사 직원과 고객 간 일임매매에서 손실을 본 고객이 지난 2009년 8월 담당직원을 형사고소 하면서 불거졌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법인을 처벌토록 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 헌법의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대법원이 지난 3월 허위 감자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유죄 취지 판결을 내린 이후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도마에 올라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이 대표 이사의 위법 행위가 아닌 종업원의 부당 행위와 관련된 것인 만큼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와 연관 지어 확대 해석 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번 헌재 결정으로 금융당국이 진행 중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그 동안 론스타의 적격성 심사를 미뤄 온 이유가 유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만큼 양벌 규정에 따라 론스타의 적격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헌재가 증권거래법이 아닌 다른 법의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린 적은 30여건에 이르지만 옛 증권거래법상 양벌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벌 규정은 법인의 대표나 종업원 등이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회사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금융지주 측도 이번 헌재 결정으로 외환은행 인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유죄로 인정된 것을 감안해 수시 적격성 판단을 미뤄왔는데 이번 헌재 결정으로 외환은행 매각의 처리 근거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양벌 규정이 최대 난관이었는데 헌재 결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이사가 양벌 규정에 포함되느냐 하는 문제는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