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2위인 KDB대우증권 매각 계획이 확정됐다.
KDB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증권을 포함한 금융 자회사 매각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산업은행이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금융 자회사는 KDB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 등 세 곳이다. 그러나 KDB생명은 소유주가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여서 매각 주체가 다르고 재무적투자자(LP)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이 고려돼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업은행은 KDB대우증권의 보통주 기준 지분 43%(1억4,048만1,383주)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777만8,956주), 산은캐피탈 지분 99.92%(6,212만4,661주)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조속한 시일 내 매각을 추진하겠다”며 “매각가치를 극대화하고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기본 방침에 따라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산은자산운용에 대해서는 대우증권과 패키지로 매각하는 방안과 개별 매각하는 방안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산은캐피탈은 패키지로 묶지 않고 개별 매각할 방침이다. 3개 회사를 모두 묶어 팔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는 것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4조1,979억원에 달해 NH투자증권(4조4,213억원)에 이은 2위 증권사다. 금융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을 정도의 대형 매물인 만큼,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장부가로 5,973억원에 달하는 KDB캐피탈을 묶어 팔면 부담이 커져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에 장부가 634억원인 KDB자산운용은 원래 대우증권의 자회사였던 만큼 패키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투자은행(IB)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산업은행 이대현 정책기획부문장은 “일단 대우증권과 KDB자산운용을 같이 매각 공고하고, KDB캐피탈은 두 개의 회사와 시점을 달리해 공고할 수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세 자회사의 매각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라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참가해야 유효한 입찰로 성립된다. 산업은행은 투명한 매각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은행 내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운영한다. 산업은행 이사회는 이날 법률전문가인 신희택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매각 업무와 관련된 부문장 6명을 위원으로 선임했다.
매각의 첫 절차로 산업은행은 25일 공고를 내고 국내외 매각주관사 각 1곳, 회계·법률자문사 각 1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매각 자문사는 순자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 상대가치를 감안해 매각 가치를 산정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입찰을 통해 매각 자문사를 선정한 이후 실사와 시장 조사 등을 거쳐 매각 전략을 짠 뒤 10월 초 주식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후 인수 의향서 접수, 예비입찰과 예비실사,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이 진행되면 12월 말이나 내년 초쯤 매매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 주인이 완전히 결정되는 것은 일러야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현 정책기획부문장은 “금융자회사 매각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사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산업은행 M&A실을 매각자문사 선정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우증권 인수 후보로는 KB금융지주와 중국의 금융그룹인 시틱(CITIC), 한국금융지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KB손해보험(전 LIG손보)의 자회사인 LIG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해 대우증권 매입 준비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