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일(對日) 무역적자는 243억달러에 달했다. 고질적인 현상이다. 특히 무역적자의 대부분은 소재부품에서 나온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이른 시간에 소재부품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은 일본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길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국내 소재부품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M&A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먼 산만 바라보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제3회 소재부품 글로벌 M&A 컨퍼런스’자료에 따르면 올해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을 M&A한 경우는 14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6건이 소재부품 분야로 집계됐다. 반면 올들어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을 M&A한 사례는 8건으로 이 가운데 부품소재 분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일본은 같은 기간 중국기업에 대한 M&A(34건) 가운데 12건이 소재부품 분야였고 중국기업 역시 올해 일본에 대한 M&A(20건) 가운데 7건이 소재부품 분야로 나타났다.
결국 소재부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한ㆍ중ㆍ일 기업들의 합종연횡 경쟁에서 국내기업들이‘왕따’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까지 자국 기업끼리의 M&A가 활발했지만 지난 3월 대지진 이후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해외 M&A를 강화하는 추세다.
동북아 3국간 부품소재 M&A에서 국내 기업들이 소외되고 있는 까닭은 해외M&A를 추진하고 싶어도 매물을 찾아줄 마땅한 중개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소형 딜을 담당하는 중소규모 중개기관도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으로 M&A를 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해외M&A 매물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국내기업에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 소재부품기업들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는데 자금을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난 9월 정책금융공사와 KT캐피탈 등이 주축이 돼 1,000억원 규모의 ‘M&A 전문펀드’를 설립하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1,000억원 규모의 2호 전문펀드를 내놓을 방침이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재부품 산업육성을 위해 기술개발(R&D)에 역점을 둬왔지만 최근에는 일본을 포함한 해외기업 M&A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