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기자회견문 전문>

오늘 진실의 문 앞에서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떠올리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서울교육’은 저의 오랜 꿈, 저의 신념입니다. 학교폭력과 점수경쟁에 짓눌린 아이들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활짝 피어나도록 하겠다는 처음의 마음을 기억합니다.

제 일신상의 이유로 서울교육가족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1심과 제2심 재판부 모두 제가 선거 당시 어떤 부정한 사전 합의와도 관계가 없음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로부터 검찰의 기소는 근거가 없는 것이며, 이미 진실이 승리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부정한 합의가 없었지만, 후보매수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파렴치한 후보매수 행위자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서울 시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호소하고자 합니다. 진실을 나누고자 합니다. 제 행위가 범죄행위이며, 후보매수이며, 파렴치한 행위였다면 저는 그것을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교육, 반듯한 교육, 훌륭한 교육, 서울 교육의 새장을 열고자 한 제가 어떻게 부정한 뒷돈 거래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와 박명기 교수와는 후보매수를 위한 어떤 흥정과 거래도 없었습니다. 전 선거과정에서 일관되게 돈거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는 1심, 2심 재판부도 모두 인정한 사실입니다.

다만, 재판부의 유죄 이유는, 뒷돈 거래가 아니라고 해도 ‘대가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제가 돈을 전달함에 있어 ‘대가 관계’에 대한 인식, 위법성의 인식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전달하기로 한 것은 인간적 정리에 의한 선의였습니다. 같은 교육계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자, 또 민주 진보 진영의 단일화라는 대의를 같이한 분의 곤란에 대한 응분의 배려였을 뿐, 여기에 부정한 대가관계란 있을 수 없습니다.

서울 교육을 위하여 같이 노력해 온 박명기 교수가 그 헌신으로 말미암아 극심한 곤란에 처하게 된 사실은, 저 개인에 대한 부담만이 아니라 서울 교육을 위하여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선거는 이미 끝났고, 그런 분이 선거 후에 경제적 궁박과 사회적 상실감으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모른 체할 수 없어, 제가 시민들에게서 받은 후원금을 박교수에게 돌려 드린다는 생각으로 부조를 한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부정한 대가관계입니까? 후보매수이고, 표심의 매수입니까? 선거도 다 끝난 시기에 새삼 존재하지도 않는 후보를 매수했다는 ‘사후 후보 매수’라는 죄목은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제2심 재판부는 다시 저에게 위법성의 인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돈을 전달하기로 하면서 걱정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혹시 사람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특히 언론을 통해 스캔들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을 뿐입니다.

제가 가졌던 생각은 위법성의 인식이 아닙니다. 교육감으로서, 서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심성’이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드러내 공개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뒷돈 거래로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두려움’과 ‘조심성’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만약, 부정한 뒷돈 거래가 아니어도 ‘대가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 법이라면, 그것은 부당하고 위헌적인 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법원은 법률을 가능한 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앞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위와 같은 법리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는 서울 시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과 다시 한 번 진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금 저에게 유죄의 멍에가 씌워져 있습니다만, 사실관계에서는 이미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검찰이 처음에 작성한 스토리,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선거판의 돈’이라고 하여 가졌던 편견들은 이미 불식되었습니다. 그것은 부당한 선입관이었으며, 의도적인 시나리오였던 것입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 여러분, 다시 한 번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디 저에게 씌워진 유죄의 멍에가 아니라 이제 확정된 진실에 대하여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진심을 이해해주시고, 서울 교육의 희망을 견지해 주십시오. 진실이 난관에 부닥침은 진실의 소중한 가치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 믿습니다.

지혜와 역량이 부족하나마, 저는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교육의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비교와 경쟁의 고리를 끊고 소통과 복지, 배려와 협력의 교육을 이루는 소임에 마지막 힘까지 쏟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도, 난관을 뚫고 희망의 교육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제 일신의 자리가 아니라 교육의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어렵지만, 차근차근, 뚜벅뚜벅 그 길을 가겠습니다. 교육감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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