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별장 급습 때 벽 속에 숨어있었다

"2층 통나무벽 안으로 피신"… '신엄마' 검찰조사서 밝혀
은신처서 여행용 가방 발견… 현금 8억·미화 16만弗 담겨
경찰, 뒤늦게 별장 압수수색

지난 5월25일 검찰이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부근에 있는 별장을 급습했을 당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별장 내 비밀 장소에 숨어 있어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별장을 급습한 시점부터 유 전 회장 사망이 확인된 이달 22일까지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3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에 따르면 유 전 회장과 함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 은신하다 구속된 아해프레스 직원 신모(33)씨는 지난달 26일 조사에서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 전 회장을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며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씨는 은신처 안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진술을 청취한 이튿날이자 별장을 수색한 지 한 달여가 지난 6월27일 순천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했지만 이미 유 전 회장은 도피한 뒤였다.

별장 2층에는 통나무 벽을 잘라 만든 3평 정도의 공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좌우 끝 부분은 지붕 경사면으로 돼 있고 공간 안쪽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통나무로 위장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은 추가 수색을 통해 통나무 벽 안의 은신처에서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4번, 5번이라고 적힌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원, 미화 16만달러가 들어 있었다.

순천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을 놓친 검찰은 이후 차명 휴대폰 1,000여대의 통화내역 170만건을 분석하고 8만8,000여명에 대해 가입자 조회를 실시했다.

또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는 것으로 의심되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등의 휴대전화 180여대를 집중 추적해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아울러 유 전 회장의 도피에 사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찾기 위해 주요 관련자 220여명의 보유 차량을 확인한 뒤 그 중 60여대를 특정해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유 전 회장의 도주 경로와 관련해 순천 일대 CCTV를 모두 분석해 2만2,000대의 통과 차량 중 도피 의심 차량을 구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한 게 통탄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5월25일 오후4시 순천 별장에 대한 수색을 시도했다가 문이 잠겨 있어 정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뒤 같은 날 오후9시30분부터 2시간가량 수색을 진행했으나 숨어 있던 유 전 회장을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비서' 역할을 하던 신씨를 현장에서 범인도피 혐의로 체포해 인천지검으로 이송했다.

신씨는 5월28일 검찰 조사에서는 별장에 혼자 남아 있게 된 경위에 대해 "25일 새벽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보니 성명 불상의 남자가 유 전 회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잠들었다가 깨니 유 전 회장이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신씨는 검찰의 끈질긴 조사 끝에 지난달 26일 유 전 회장이 검찰 수색 당시 별장 안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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