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 치닫나… 원유시장 요동 조짐

WTI·브렌트유 연일 상승세
OPEC 하반기 원유생산 동결
유가상승 압박 더 커질 듯


이라크의 급진 수니파 반군이 수도 바그다드의 목전에 다다르며 이라크가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중동의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가 시리아처럼 내전에 돌입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원유 생산과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국제 원유시장은 벌써부터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는 북부 주요 도시 모술·티크리트를 점령한 데 이어 11일(현지시간) 오후에는 바그다드 북쪽 수십㎞ 지점까지 육박했다. ISIL은 바그다드뿐 아니라 곳곳에서 남진을 예고하고 있다. CNN은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ISIL 대변인 명의의 12일자 성명을 입수해 이들이 이라크 정중앙에 위치한 카르발라도 공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군경이 ISIL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주민들에게 민병대 결성을 요청하는 등 다급한 모습이다. 수니파와 적대적인 시아파의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의회는 12일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AP통신은 "ISIL은 (전열을 정비한)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바그다드가 즉각적인 위험에 빠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도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철군 후에도 이라크에 군비를 지원해온 미국은 이라크 정부가 반군에 대항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에도 알말리키 정부의 반군 공습요청을 거부하는 등 군사적 지원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터키가 외교관을 포함한 자국민 수십명이 ISIL에 납치됐다고 알려옴에 따라 사태 파악에 나섰다.

국제사회는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에서 본격적인 내전이 벌어져 중장기적으로 원유 생산 및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원유 증산을 위한 이라크 내 신규 투자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세계 8위 규모인 하루 300만배럴에 이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원유 매장량은 1,403억배럴로 5위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는 이미 상승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10일 장중 한때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5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흘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브렌트유 역시 110달러선을 돌파해 전일비 0.41% 뛴 110.4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OPEC마저 하반기 원유생산량을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유가에 가해질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원국은 11일 연례 석유장관회의를 열어 올 하반기 석유생산량 한도를 현재와 같은 일일 3,000만배럴로 유지하기로 했다. 비아르네 실드로프 노르웨이 SEB 분석가는 "정정불안으로 이미 리비아 석유수출은 차질이 확실해졌고 이란은 기대보다 수출량이 낮은 형편에서 이라크 사태가 유가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의 주요 유전지대와 원유 수출기지는 ISIL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남부지역에 집중돼 당장의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ISIL의 급격한 남하속도로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알자지라와 CNN은 ISIL이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위치한 티크리트 인근 바이지 일부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하루 30만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바이지 정유공장은 이라크 전체에 석유를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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