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발권 포기 의사를 밝힌 신일고와 숭문고가 교육청의 지정 취소 처분을 2년간 유예받으면서 내년 재지정 평가를 앞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학생선발권을 포기하고 자사고를 유지할 지, 아니면 자사고 지정 취소후 정부와 법적분쟁에 나설 지 선뜻 결정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연합회 등에 따르면 내년 평가 대상 학교들도 교육청에서 학생선발권으로 지정 취소를 가르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에 자사고 지위 유지를 두고 선발권 포기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지난 달 31일 경희고 등 6개 학교의 지정취소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100% 추첨제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것은 자사고 정상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학생 선발 특권을 내려놓은 신일고와 숭문고에 기회를 주게 됐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날 신일고와 숭문고를 '일반고화된 자사고'로 표현했다. 이는 자사고 전체를 당장 폐지할 수 없다면 이들 학교를 시작으로 100%추첨제로 선발하는 자사고를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서울 교육청과의 협력의지 또한 지정 취소 유예를 결정하는 요소가 됐다고 밝혀 조 교육감이 내년 지정 평가를 앞둔 자사고에도 '학생선발권 포기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나머지 자사고에 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교육청은 학생선발권 포기 여부를 내년 재지정 평가에 포함할 것인지를 놓고 겉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속내는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학생선발권만 포기하면 자사고 지정을 유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선발권 포기가 재지정 평가에 포함될 지는 아직 평가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평가에) 여러 가지 검토할 부분이 있어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용복 자사고 교장협의회 회장은 "면접권은 학교장의 고유권한이고, 자사고에서 건학 이념, 교육과정과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학교장만의 고유 권한을 자사고 취소 여부를 가르는 데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