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시내버스 광란 질주로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두고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사고가 버스 운전기사의 과실로 일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버스 차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정황도 계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사고 현장 근처의 CCTV와 사고 버스의 블랙박스를 복원하는 등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11시43분께 송파동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사고를 낸 시내버스 운전자 염모(60)씨의 몸상태가 1차 추돌 이후 온전치 않았을 가능성과 차체 고장, 음주, 병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차 추돌은 염씨가 몰던 시내버스 3318번이 전날 밤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사고 버스 승객의 진술에 의하면 1차 추돌 이후 승객들이 "아저씨 멈추세요"라고 수차례 염씨에게 소리쳤지만 버스는 그대로 1.2㎞를 직진해 택시 2대와 벤츠 등 차량 5대와 연속 충돌하면서 4차로에 신호 대기 중인 30-1 버스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경찰은 3318번 버스가 본래 노선을 벗어나 운행한 점, 1차 추돌 이후 정차하지 않고 충돌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을 아는데도 계속 직진한 점 등을 볼 때 운전자 염씨의 몸상태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운전자가 사고를 막기 위해 핸들을 도로변으로 꺾는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예방운전을 하지 않았다"며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의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체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의 조사 결과 3318번 버스의 GPS는 사고 1분 전에 이미 꺼진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버스회사에서 버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GPS가 꺼졌다는 것은 충분히 차체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경찰은 이 부분도 확인하고 있다.
현재 3318번 버스 안에 있던 블랙박스는 파손돼 동영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경찰은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피해차량 4대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확보하는 한편 사고 현장 근처의 CCTV를 분석해 이를 토대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염씨의 유족들은 숨진 염씨에게 정신병력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3318번 버스를 운행하는 송파상운 측 관계자는 "염씨는 최근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완주할 정도로 건강했고 별다른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염씨의 건강보험공단 등의 진료기록 등을 검토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원에 맡긴 염씨의 시신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