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다시 등극한 조국수

제5보(51∼60)
○박정환 4단 ●김지석 6단<제14기박카스배천원전결승5번기제3국>



흑51은 시급한 곳이다. 이 방면을 백에게 빼앗기면 백의 중원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 것이다. 흑53으로 쳐들어간 것은 일단 적절했다. 우변의 흑 2점이 아깝다고 해서 참고도1의 흑1로 움직이는 것은 하수의 착상이다. 백2 이하 6으로 공격당하면 흑이 잡히지야 않겠지만 하변이 그대로 백의 확정지로 굳어지게 될 것이다. 백58로 철썩 갖다붙인 이 수. 하변 흑대마에 대한 최강의 공격이다. 흑은 섣불리 그 방면을 응수할 수가 없다. 참고도2의 흑1이 최강의 반발이지만 그것을 백2 이하 10으로 공격당하여 앞길이 험난할 것이다. 김지석은 서둘러 흑59로 올라섰지만 백60을 얻어맞아 완전히 기선을 제압당한 모습이다. 프로기단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국수전에서 조한승이 최철한을 3대2로 꺾고 새로운 국수가 된 것이다. 흑번필승의 오래된 전통이 되살아났다. 조남철, 조훈현에 이어 또다시 조국수의 등장이다. 2퍼센트 부족한 기사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어다니던 조한승인데 이젠 그런 수식어를 훌훌 털어버리게 되었다. 조한승의 승리는 군대밥을 먹고 온 효과로 보인다는 견해가 상당히 많다. 꽃미남이긴 한데 어딘가 여성스러워 보이던 조한승이 군대밥 먹고 호연지기와 사나움을 얻어온 것 같다는 얘기들이다. 최근 조한승의 기세는 너무도 맹렬했다. 현재 55승 16패로 최다대국, 최다승, 최고승률의 3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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