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처음으로 채택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결의안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 실태에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매년 유사한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됐으나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 결과 2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북한 내 인권 침해가 반인도적인 범죄 수준에 이르고 있어 이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처음으로 북한 인권 상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엔총회가 COI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하고 안보리는 이 보고서의 권고대로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제재하도록 권고했다.
유엔총회의 결의안이 구속력이 없는 데 비해 안보리에서의 의결은 전 회원국에 구속력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이 같은 COI의 보고서는 결국 북한에 대한 역대 최고 수준의 결의안이 유엔총회를 통과하는 계기가 됐다.
◇안보리 회부 가능성은 낮아=이번에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는 북한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따라 인권 침해가 이뤄졌다는 점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실태를 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북한의 반발은 필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결의안 통과 직후 북한의 유엔 대표인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은 발언권을 얻어 "북한이 국제사회와 더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결의안을 거부한다"고 말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유엔에서 제3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북한인권결의안은 오는 12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어 유엔 안보리가 ICC 회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ICC에 회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남북·북미 관계 당분간 냉각기 예상=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결의안 통과에 대한 반발로 핵·미사일 실험과 같은 도발 위협에 나설 가능성을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공세적인 외교 전략을 펼칠 것"이라면서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미국과 유엔을 비판하며 핵·미사일 실험을 위협하고 나설 수 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게 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반대하고 있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을 북한이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북미관계도 당분간 경색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장기간 억류해온 미국인 2명을 최근 돌려보내면서 북미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나 이번 인권결의안 통과로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역시 최근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참패하면서 대외관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영향력이 약해진 만큼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서 북한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북관계 역시 당분간 경색국면을 이어가게 됐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인권결의안 통과를 내정간섭·체제대결 등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한국·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대결적인 자세로 대외관계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