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회의에서 다시 한번 협상의 중대 고비를 맞았다. 이번에도 타결에 실패하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의미하는 '그렉시트(Grexit)'의 위험성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향후 일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유로그룹 회의에서 실질적인 타결안이 나오지 않으면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오는 21일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그동안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 타결에 필요한 것은 실무적 협상이 아니라 정상들 간의 정치적 합의라고 강조해온 만큼 이날 뜻밖의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협상타결에 실패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FT의 예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일 회의에서도 소득이 없을 경우 뱅크런(대규모 예금이탈)과 자본통제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22일 그리스에서 벌어질 수 있다. FT는 뱅크런이 발생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에 파산을 선언하고 모든 지원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그리스가 자본통제로 예금인출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에는 25~26일 EU 정상회의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하지만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제기한 EU 협약개정 관련 내용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정상회의에서 진전될 가능성은 낮다.
30일은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이 맺은 구제금융 시한이 종료되는 날이다. 그리스는 이날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유로(약 2조143억원)를 갚아야 하는데 구제금융 연장안이 타결되지 않으면 채무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FT는 이때 ECB가 그리스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라고 판단해 긴급자금 지원을 끊을 경우 그렉시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달 1일에는 그리스 문제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우려대로 '미지의 영역'에 빠지게 된다. 자본통제에 묶이고 은행 시스템도 마비돼 그리스 국민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힘들어진다. 유로존 관계자들은 이렇게 되면 심각한 경기악화로 치프라스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7월20일은 그렉시트의 향방을 둘러싼 실질적인 데드라인이다. 그리스는 이날까지 35억유로(약 4조4,064억원)를 ECB에 상환해야 한다. FT는 그리스가 채무 상환에 실패하면 유로존 내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렉시트와 함께 유로존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제솝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시장이 받을 타격과는 별개로 통합된 유럽을 지향했던 유로존의 미래 자체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 사태에 러시아가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CNBC는 치프라스 총리가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며 두 정상의 만남이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