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조만간 국제무역시장의 또 하나의 큰 손을 회원으로 맞아들일 예정이다. 바로 러시아다. 지난 1991년 옛 소련 해체 이후 1993년 WTO가입을 신청한 러시아는 시장경제로 체질을 바꾸고 국내법을 정비하면서 WTO가 가입 승인을 내릴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조속한 WTO 가입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푸틴 총리는 지난 달 중국을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의 숙원인 WTO 가입이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며 "러시아는 WTO 규정에 맞춰 법체계를 완전히 개혁했으며 협상 상대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은 푸틴의 속내를 알 수 없다며 러시아의 WTO 가입을 마냥 낙관하지 않고 있다. 푸틴 총리는 지난 달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전장대회에서"WTO가입이 러시아 미래에 걸림돌이 된다면 재고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중국의 전철을 밟아 또 하나의 무역 분쟁의 진앙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푸틴은 지난 달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WTO 가입이 러시아 시장을 외국 상품에 완전히 개방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민감한 부문은 고율의 관세 등을 통해 보호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러시아 정치지형도 WTO 가입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 동안 WTO는 러시아의 정치 환경을 이유로 가입 승인을 미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푸틴이 다시 대통령으로 복귀해 정치 개혁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상황이 다시 꼬여가는 형국이다.
푸틴은 WTO 가입이 지연될 것을 대비해 분주하게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푸틴은 지난 달 옛 소련에 속했던 독립국가연합(CIS) 10개국을 규합해 자유무역지대(유라시아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중국과 브라질 등 브릭스(BRICS)국가들과의 밀월 무역을 통해 WTO가입 저지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